‘영어의 꽃밭’ 사원가족도 모십니다

  • 입력 2008년 9월 6일 02시 58분


“영어가 회사 경쟁력” 외부강사 초빙-직원자녀 영어캠프등 적극 지원

“한국에 돌아가면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할 게요.”

목재 전문기업인 동화홀딩스는 최근 직원 자녀 15명을 선발해 말레이시아 피낭에 있는 ‘메르복(Merbok) 사업장’에 보냈다. 자녀들이 일정을 마치고 현지에서 부모님에게 쓴 편지에는 대부분 아버지의 노고에 대한 감사와 함께 영어 공부의 중요성을 절감했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행사의 목적 중 하나는 자녀들에게 영어 공부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었는데 성공적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직원들의 영어 능력 향상뿐만 아니라 직원 가족에게 영어 체험 혜택을 주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해외 사업 비중이 커지고 외국인 인재 채용이 늘면서 영어 능력이 점점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 수업시간엔 상사도 친구

건축자재 전문기업 아이케이는 원어민 강사를 초청해 매주 화, 수, 목요일 오전 8시부터 한 시간씩 영어 교육을 한다. 비용은 전액 회사가 부담한다.

사원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고위 임원과 신입사원이 함께 수업을 받는 경우도 흔하다. 서로 영어 이름을 부르다 보면 상하 간의 벽이 허물어지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영어 강의를 적극 지원하고 있는 윤석규 아이케이 사장은 “직원 개개인의 실력 향상은 곧 회사의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정보기술(IT) 서비스업체인 코오롱아이넷도 올해 초부터 주 3회 점심시간에 영어 강사가 회사를 방문해 수업한다.

김유신 코오롱아이넷 인프라사업본부 과장은 “강사가 직접 오기 때문에 점심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고 잘 모르는 사내 동료도 알게 돼 일석이조”라고 전했다.

외국인 전문 여행사 코스모진은 ‘영어 품앗이 공부방’이라는 독특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국내에 들어오는 영어권 국가의 관광객들은 특정 기간에 몰리는 경우가 많은데 그때마다 영어 가능자를 뽑기는 힘들다. 이 때문에 영어 전담 직원들이 조를 짜 열흘에 한 번 중국어 및 일본어를 전담하는 직원들에게 영어 과외를 실시한다.



○ 언제 어디서나 영어를

스위스계 다국적 제약사인 한국노바티스는 사원들에게 비즈니스 프레젠테이션, 비즈니스 영작문 등에 대한 온라인 강좌와 전화영어를 지원한다.

영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사원은 전 임직원의 약 10%. 특히 전화영어는 시간이나 장소에 구애 받지 않기 때문에 인기가 높다.

스웨덴계 제약사인 한국아스트라제네카도 영어 말하기 쓰기 듣기 등을 할 수 있는 온라인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경영진에게는 글로벌 업무 경험이 있는 개별 강사를 지원한다.

사무기기 전문기업 한국후지제록스도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영어 및 일본어 온라인 강의를 실시하고 외국어 학원비를 지원한다.

이상범 YBM시사닷컴 이사는 “매년 기업의 온·오프라인 영어교육 의뢰 건수가 늘고 있다”며 “기업은 업무 특성에 맞춘 강의나 임직원 자녀 대상 교육 등 차별화된 영어 교육을 요구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YBM시사닷컴을 통해 온라인 영어 교육을 하는 기업은 2003년 말 207개에서 지난해 771개로 늘었다.

○ 직원 가족까지 배려

지난달 9일 대전 유성구 화암동 삼양그룹 중앙연구소 내 러닝센터.

무대의 막이 내리자 갑자기 울음소리가 났다. 삼양그룹 임직원 자녀 50명은 ‘사원 자녀 영어캠프’를 마치면서 부모가 참석한 가운데 영어 연극을 선보였다. 낯선 영어로 연극을 하기가 힘들었지만 공연을 마치자 자신들이 해내고야 말았다는 생각에 대부분 눈물을 쏟은 것이다. 일부 부모는 함께 울었다.

삼양그룹은 매년 여름 5박 6일 동안 가족이 함께 모이는 행사를 여는데, 사원 자녀를 대상으로 영어캠프도 진행하고 있다. 1인당 약 70만 원의 비용은 전액 회사가 부담한다. 특히 영어캠프의 만족도가 높아 내년에는 참가 인원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직원 자녀 1000명을 초청해 7∼8월 9차례에 걸쳐 경남 합천 연수원에서 2박 3일 영어캠프를 열었다. 올해 베이징 올림픽이 열린다는 점을 감안해 마라톤의 기원과 1988년 서울 올림픽 등 올림픽 이야기 중심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구성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LG전자, 대한제강, 볼보건설기계 등도 올해 임직원 자녀 대상 영어캠프를 마련하는 등 영어 교육 대상을 사원 가족으로 확대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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