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컨설팅서 세무-법률상담까지…요즘 PB는 만능해결사

  • 입력 2008년 8월 28일 02시 57분


자통법 시행 앞두고 우량고객 모시기 경쟁

단순한 자산관리업무 넘어 IB분야 개척자로

발전설비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정모(48) 사장은 최근 본인의 자산관리에 대해 조언하는 우리투자증권 프라이빗뱅커(PB)에게 회사 경영 문제를 가볍게 털어놓은 적이 있다.

“회사 규모를 키우고 싶은데 기술 인력을 늘릴지, 다른 회사를 인수할지 고민이다”고 말한 것.

큰 기대 없이 던진 말이었지만 담당 PB는 즉각 “방법을 찾아보겠다”며 본사 투자은행(IB)팀 직원 2명과 전담팀을 꾸렸다. ‘기술력이 뛰어난 코스닥업체를 인수해 회사를 우회 상장하라’는 대안과 함께 인수가격이 적절한 기업의 목록이 제시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단 일주일.

재력가의 자산관리에 머물러 온 은행과 증권사의 PB가 고객의 ‘금융종합해결사’로 진화하고 있다. 고객이 운영하는 기업 관련 컨설팅이나 심지어는 고객 자녀의 중매에까지 나서며 초우량 고객 잡기에 나서고 있다.



○ 금융 종합 해결사로 변신

삼성증권은 이달 IB사업본부 직원 2명을 PB와 함께 인수합병(M&A) 등 기업 관련 문제를 해결하는 전담 직원으로 배치했다. 삼성증권 선창균 PB관리파트장은 “PB가 최고경영자(CEO) 고객의 재산 상담 과정에서 기업의 고민을 접하고 해결해 주면 나중에 추가적인 유상증자, 채권발행 등 IB 물량이 PB가 속한 증권사로 들어오는 사례가 많아 큰 이익이 된다”고 말했다.

고액 자산가를 위한 ‘맞춤형 서비스’도 등장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국세청 출신 세무사 3명을 채용해 올해 초부터 세무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있는 PB 고객에게 ‘모의 세무조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실제 세무조사를 하듯 고객의 재산상태를 점검해 문제점을 사전에 찾아주자 고객들의 만족도가 크게 높아졌다.

신한은행은 부자들이 사회공헌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점에 착안해 사회공헌재단 설립을 돕는 서비스를 마련했다.

국민은행은 올해 초 PB 고객 자녀를 대상으로 서울 시내 유명호텔에서 맞선 행사를 열었다. 고객들이 담당 PB에게 “괜찮은 사람 좀 소개해 달라”고 부탁하는 일이 비일비재했기 때문.

메리츠증권 강남리츠클럽 이재문 전무는 “PB 고객이 법률자문을 필요로 하면 고객 중에서 변호사를 찾아 소개해 주고, 의사를 찾으면 고객 중에 의사를 연결시켜 주는 등 고객 간 네트워킹을 하는 것도 PB의 몫”이라고 말했다.

○ “고객이 원하면 무엇이든…”

PB의 업무영역 확장은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이 5개월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금융회사 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금융회사들이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M&A와 기업공개(IPO) 등 IB 분야에서 실력을 갖추고 다양한 금융상품을 개발해 팔 수 있어야 한다. 고액 자산가들이 이런 수요처로 연결되는 확률이 높다.

PB들은 이 때문에 IB 분야에 대한 수요가 많은 기업 CEO 고객과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우리투자증권 한정 PB연구개발팀장은 “PB가 펀드 판매와 같은 자산관리 영업만 하던 시대는 이제 지났다”며 “고객이 원하는 일이면 무엇이든 해결책을 제시하는 전문가로 거듭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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