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 베이징 올림픽 ‘마케팅 성적표’는

  • 입력 2008년 8월 26일 02시 56분


‘국내 金’ SK 생각 이상대로 되고~ ‘국제 金’ 삼성

S K 박태환-女핸드볼 맹활약 흥행 대성공

삼성 해외 후원 선수들 金대박에 싱글벙글

한국 국가대표 선수단은 이번 베이징(北京) 올림픽에서 사상 최다 금메달(13개)을 따고 25일 금의환향했지만 대기업들의 ‘올림픽 마케팅’ 성적표 메달 색깔은 제각각이다.

그룹이나 기업 소속 선수나 후원 종목이 얼마나 선전(善戰)하느냐에 따라 마케팅 및 홍보 효과도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국내에서는 SK’ ‘국제적으로는 삼성’을 금메달감으로 꼽는 평가가 가장 많다.

SK텔레콤이 후원해온 수영의 박태환 선수가 금메달과 은메달을 따고, SK그룹이 지난해부터 후원한 여자핸드볼 선수단이 심판 판정 시비를 겪으며 ‘금메달보다 값진 동메달’을 따내자 SK는 축제 분위기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여자 핸드볼 대표팀 경기를 베이징에서 응원하기도 했다.

SK그룹의 한 임원은 “수영과 핸드볼의 투혼이 SK그룹이 갖고 있는 ‘패기’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흐뭇해했다.

특히 박태환 선수가 기업 광고에 나와 부르는 SK텔레콤의 CM송인 ‘올림픽, 생각대로 하면 되고’가 국민적 인기를 얻으면서 히트하자 SK 내에서는 ‘장외에서도 금메달 땄다’고 자평하고 있다.

한국 아마추어 스포츠의 ‘맹주’로 꼽히는 삼성그룹은 이번 올림픽에서 메달 획득에는 다소 부진했다. 2004년 그리스 아테네 올림픽 때는 삼성 소속 선수단만 금메달 4개를 따내 ‘참가국 중 19위’ 성적을 냈지만 이번에는 태권도와 배드민턴에서 금 2, 은 1에 그쳤다.

그러나 신흥시장 지역의 올림픽 대표선수를 후원해온 전략이 이번 올림픽에서 대박을 터뜨렸다. 삼성 측은 “체조에서 14개의 금메달 중 9개를 획득한 중국 체조 대표팀, 인도 최초로 개인 종목 금메달을 획득한 사격 영웅 빈드라, 수영 자유형 50m 부문에서 금메달을 딴 ‘브라질판 마린보이’ 세자르 시엘루 등이 모두 삼성 후원 선수”라고 말했다.

베이징 올림픽경기장 내 위치한 삼성 홍보관에는 70만 명 이상의 관람객과 4000여 명의 올림픽 선수가 다녀가 명실상부한 올림픽 최고 명소가 됐다고 삼성 측은 덧붙였다.

1985년 이후 양궁 대표팀을 꾸준히 지원해 온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은 양궁 대표팀이 ‘남녀 단체전 연승 행진’을 이어간 것에 어느 정도 만족해하는 분위기다. 양궁은 이번 올림픽에서도 금 2, 은 2, 동 1개를 따내며 ‘효자 종목’의 명성을 이어갔다.

KT도 자사(自社) 소속인 사격의 진종오 선수가 금 1, 은 1개를 따내자 이를 기업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한항공도 꾸준히 후원해온 남녀 탁구 대표팀이 투혼을 발휘하며 단체전 동메달을 따낸 것에 대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한편 그동안 아마추어 스포츠 후원에 덜 적극적이었던 일부 기업은 이번 올림픽 열기에서 한 발짝 떨어져 있는 양상이었다.

LG그룹 계열사의 한 임원은 “그동안 그룹이 지주회사로 전환하면서 여유가 없었고 감투 쓰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조직문화 때문에 스포츠 후원에 비교적 소극적이었는데 그룹 일각에서 ‘비인기종목을 후원해야 하지 않느냐’는 얘기가 조금씩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한 관계자는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절에는 기업의 스포츠 후원을 ‘정경유착의 하나’로 부정적으로 보는 측면이 있었는데 최근에는 ‘기업의 사회 공헌 활동’이란 긍정적 평가가 훨씬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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