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대신 현금내면 값인하’ 추진

  • 입력 2008년 8월 16일 02시 59분


신용카드 가맹점들이 카드 대신 현금을 쓰는 고객에게 카드회사에 내는 수수료만큼 물건 값을 깎아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금융당국이 검토하고 있다.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를 유도하고, 물가상승 압력을 줄이기 위해서다. 지금은 카드 이용 고객을 현금을 쓰는 고객과 차별하는 것은 불법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15일 “카드 가맹점이 현금 고객에게 물건 값을 깎아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관계부처 협의와 여론수렴 과정에서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면 이르면 내년 상반기(1∼6월)에 관련법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는 최근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을 위한 연구용역을 외부에 의뢰했다.

2002년 3월 개정된 여신전문금융업법 19조는 ‘카드 가맹점은 카드로 거래한다고 해서 물품의 판매, 용역의 제공 등을 거절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 관계자는 “당시는 무자료 거래를 줄이고 세원(稅源)을 넓힌다는 취지에서 카드 사용을 확산시킬 필요가 있었다”면서 “하지만 2005년에 현금영수증제가 도입됐고 올해 7월부터 5000원 미만 액수까지 발급이 확대돼 상황이 다소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현금영수증 사용이 일반화됐기 때문에 현금 고객에게 값을 깎아줘 현금 사용이 많아져도 세원 포착이 가능해졌다는 뜻.

금융위는 제도를 바꾸면 소비자에게 혜택이 돌아갈 뿐 아니라 가맹점들이 카드수수료 협상을 할 때 카드회사에 대해 협상력을 높일 수 있어 수수료가 낮아지고, 소매점이 물건 가격을 추가로 낮출 여력이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유럽 등에서는 현금 고객에 대한 할인이 일반화돼있다.

하지만 카드업체들의 반발이 만만찮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현금 결제에 할인을 해주면 다시 현금 위주로 결제 방식이 돌아가 세원이 불투명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유류 대리점들의 모임인 한국석유유통협회, 주유소의 모임인 한국주유소협회 등은 최근 기름값 인상으로 카드 수수료 부담이 급격히 늘었다며 현재 1.5%인 가맹점 수수료율을 1%로 낮춰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석유유통협회 관계자는 “올해 주유소들의 카드매출 비중을 81%, 휘발유와 경유 가격을 L당 2000원으로 볼 때 연간 카드 수수료 지급액은 지난해보다 약 1800억 원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며 “수수료율을 낮추면 그만큼 소비자 가격을 낮출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도 카드전표(카드 영수증) 매입 전문회사를 설립해 가맹점 수수료 인하를 유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13일자 A1면 참조
카드전표 매입社 설립 추진

이에 대해 여신금융협회 측은 “주유소의 카드 수수료율은 가맹점 중에 가장 낮은 수준”이라며 “수수료를 더 낮추면 카드 거래에 따른 비용이 수수료보다 더 커진다”고 주장했다.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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