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협 다시 뜬다… 情마케팅으로 불황딛고 예금성장률 1위

  • 입력 2008년 8월 14일 02시 54분


예탁금 2000만원까지

이자세 없어 수익 높아

요즘 대전 구즉 신용협동조합(신협) 직원들이 거리에 나서면 지나치는 사람들 대부분은 이들 쪽으로 한 번씩 고개를 돌린다. 옆 사람과 속닥이며 웃음을 터뜨리기도 한다.

이들이 입은 옷 때문이다. 이 신협의 남녀 직원들은 1월부터 1976년 개봉됐던 영화 ‘고교얄개’ 등장인물들이 입었던 고등학생 교복 차림으로 근무하고 있다.

주요 고객인 중장년층 고객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려고 일부러 복고풍으로 교복을 맞췄다. 이 신협 직원은 “불황 때문에 웃을 일이 없던 고객들이 찾아왔다가 기분 좋게 웃고 간다”고 말했다.

신협은 올해 상반기 시중은행은 물론이고 같은 금융기구조합인 새마을금고, 농협, 수협을 제치고 예금 성장률 1위를 차지했다.

○ 예금액 작년 말보다 8.48% 증가

‘사람 냄새가 있는 휴머니즘 뱅크’를 기치로 내세우고 있는 대표적 서민 금융회사 신협의 성장세가 최근 두드러지고 있다.

신협은 지역, 직장, 단체를 기반으로 하는 서민금융협동조합. 조합원들이 저축한 돈을 모아 대출을 해 주는 예금, 대출 상품 외에 보험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신협의 예금액은 지난해 말 23조3048억 원에서 올해 6월 말 25조2805억 원으로 8.4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시중은행의 예금 증가율 5.86%, 새마을금고의 6.97%, 농협의 3.04%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높은 예금 성장률의 비결은 단위 조합들의 끈끈한 ‘정(情) 마케팅’이다.

경기 성남시 분당신협의 신영미 상무는 지역 주민들에게 ‘사우나 신협 언니’로 불린다. 신 상무는 8년째 주말이면 사우나로 출근한다. 달걀, 커피를 준비해 사우나를 찾은 주부들에게 상품 설명을 해주면서 재테크 상담을 자처했다. 이 신협의 ‘사우나 멤버’ 회원만 100명이 넘는다. 신 상무의 열성 덕에 분당신협은 지난 수년간 자산이 연평균 10% 이상 늘었다.

‘금융회사는 차갑고 딱딱하다’는 고정관념을 극복하고 친구 같은 이미지를 구축한 것이 성공의 비결인 셈이다.

○ 혹독한 구조조정 건전성 높여

외환위기 이후 신협은 부실지점의 통폐합 등 혹독한 구조조정을 겪었다. 2001년 1268개였던 조합 수는 통폐합 등으로 2007년 말 1007개로 줄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자산은 22조600억 원에서 27조4100억 원으로 증가했다. 지난 한 해에만도 자산이 2조 원 늘었다.

비과세 혜택이 있는 신협의 예금상품을 선호하는 고객이 늘어난 점도 최근 신협이 다른 금융회사보다 좋은 성과를 거둔 이유 중 하나다. 신협의 예탁금은 2000만 원까지 이자소득세(15.4%)를 내지 않기 때문에 수익성이 일반 은행보다 높은 편이다.

이 때문에 재산이 많은 고객들도 신협을 이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18대 국회의원 중 재산 신고액이 가장 많았던 조진형 한나라당 의원도 신협 조합원. 조 의원은 재산의 일부를 인천 부평지역의 신협 5곳에 예치해 눈길을 끌었다.

이런 장점 때문에 삼성, 현대, SK, LG 같은 대기업은 물론 국민은행, 농협과 같은 금융회사 안에도 신협이 있다. 6월 말 기준으로 전국 182개 관공서에 32만여 명의 직원이 조합원으로 가입돼 있다.

하지만 ‘서민금융기관’이라는 이미지는 강점인 동시에 중산층과 고소득층으로 고객을 늘리는 데 부담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시중은행보다 낮은 인지도, 30조 원이 채 안되는 자산 규모도 사업영역을 확대하는 데 장애요인이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박용 기자 parky@donga.com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

::신용협동조합::

직장, 지역 단위로 조합원을 모아 조합원들의 예금을 받고 자금도 빌려주는 상호금융기구. 신협 외에 새마을금고, 농협, 수협도 상호금융기구이다. 현재 전국의 조합 수는 1007개, 조합원 수는 480만 명이다. 예금자보호법 대상은 아니지만 신협중앙회의 자체 예금자보호기금으로 1인당 5000만 원까지 예금이 보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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