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억짜리 9억에 낙찰… 모텔 매물이 쏟아진다

  • 입력 2008년 8월 12일 03시 01분


경기침체 영향 숙박업에 ‘직격탄’

최근 경기 의정부지방법원에 경기 포천시에 있는 5층짜리 모텔이 ‘다시’ 매물로 나왔다.

이 모텔은 그동안 6차례나 매물로 나왔지만 응찰자가 없었다가 이번에 가까스로 거래가 성사됐다. 낙찰가는 9억5000만 원으로 감정가(16억7500만 원)의 절반을 간신히 웃돌았지만 경매업계 관계자들은 “그나마 잘된 거래”라고 평가했다.

숙박업이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전국 숙박업소 10곳 중 3곳꼴로 폐업을 고려하고 있으며 경매 시장에 매물로 나온 숙박업소는 올해 들어 1000개를 웃도는 것으로 조사됐다.

11일 오후 5시 인천 남구 주안동 A모텔의 주차장은 썰렁했다. 전체 36개 객실 가운데 이날 이른바 ‘낮 손님’이 이용한 곳은 9실에 그쳤다.

이 모텔의 김모 사장은 “가스·전기료 등 각종 비용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적자라서 부동산 중개업소에 모텔을 내놓았지만 보러 오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대한상공회의소와 동아일보 산업부가 최근 전국 5대 도시 70개 숙박업소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올해 상반기(1∼6월) 이들 업소의 매출은 평균 1억1061만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억4970만 원)보다 26.1%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 여건과 관련해 전체의 30.0%는 ‘전례 없이 어렵다’고 답했고, 57.1%도 ‘예년보다 나쁘다’고 대답했다.

특히 전체의 30%는 ‘폐업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 업소는 그 이유로 △자금 조달의 어려움(3.3%) △경제의 총체적인 위기(23.0%) △소비심리 위축(42.6%) 등을 꼽았다.

숙박업 관련 일자리 수도 줄고 있다. 이들 숙박업소가 고용한 상시 종사자 수는 지난해 초 2.8명에서 지난해 말 2.7명, 현재 2.5명으로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부산 동래구 사직동 B모텔 임모 사장은 “매출이 확 줄어 지난달부터 카운터 직원을 내보내고, 세탁 담당 직원도 일용직 파출부 아주머니로 바꿨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은 경매 시장에도 고스란히 반영된다.

경매정보업체인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해 1∼7월 경매에 부쳐진 숙박업소는 모두 1127개에 이른다.

강은 지지옥션 팀장은 “은행 대출이 빡빡해지고 대출금리도 오르고 있어 하반기에는 대출이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경매에 나오는 숙박업소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중은행은 숙박업 관련 대출 연체율이 높아지자 본점 심사를 거쳐 대출을 하고 담보인정비율(LTV)도 50%까지로 줄였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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