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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7월 9일 03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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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없던 스탠드 눈부심 줄이고 이름 바꿔
어린이용으로 특화… 국내 시장점유율 1위
3M본사 마케팅-커뮤니케이션 대상 휩쓸어
입사 6년차인 한국3M 박지원(32·사진) 대리에게 작년은 상복이 터진 해였다. 한국3M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3M 본사로부터 글로벌세일즈&마케팅 대상과 글로벌커뮤니케이션 대상을 받았다. 그에게 상을 안겨준 제품은 한 달에 300개도 팔리지 않던 애물단지 스탠드였다.
○ ‘초짜 마케터’의 고군분투기
대학 때부터 마케팅에 관심이 많았던 박 씨는 2003년 한국3M 마케팅 부서로 입사하자 스탠드제품을 맡아보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자신이 맡은 제품은 대만 3M에서 수입해 팔던 것으로 연 매출이 1억 원에도 못 미쳤다. 박 씨를 눈여겨본 경영진은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에 그에게 맡겼다.
박 씨는 ‘아이피스’라는 제품명 대신 ‘좋은 빛’이라는 뜻의 ‘파인룩스’로 바꿨다. 10개월에 걸쳐 전자상가, 대형마트를 돌아다니며 1만 명이 넘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조사도 했다. 그는 많은 소비자가 조명기구가 눈부셔 피로를 쉽게 느끼는 것에 주목했다. TV나 모니터에 들어가는 3M의 특허기술을 이용해 스탠드의 눈부심을 줄인 제품을 만들었다.
제품이 공장에서 나오자마자 박 씨는 경쟁사 제품과 파인룩스 제품을 들고 대학 도서관, 독서실, 심지어 미용실까지 찾아다니며 소비자에게 비교체험을 해볼 것을 권유했다. 또 ‘눈 건강 지키기 노하우’ 책자를 만들어 배부하고 어린이들에게 무료로 안과검진을 시켜줬다.
소문이 나면서 시장점유율도 2003년 8.2%에서 2004년 12.6%, 2005년 16.4%로 올라갔다. 자신이 붙은 박 씨는 어린이 전용 스탠드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회사에서는 연구개발비용 부담과 어린이 전용이라는 제품 콘셉트가 유치하다며 난색을 표했다. 박 씨는 1000명의 어린이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지를 내보이며 밀어붙였다.
파인룩스 키즈 제품은 2006년 선보인 첫해 32억 원어치가 팔렸다. 키즈 제품 선전(善戰)에 힘입어 3M의 국내 시장점유율도 2006년 31.4%, 2007년 37.7%로 상승하며 1위에 올랐다. 2007년 매출액은 2002년보다 65배 늘었다.
○ “실패를 두려워 않는 도전정신 중요”
한국3M 오피스사업부문 심인식 본부장은 “이제 막 입사한 신입사원에게 브랜드 하나를 통째로 맡길 수 있었던 것은 노련한 전문가보다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정신을 더 높이 사는 3M의 기업문화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3M은 전 세계적으로 7만 개에 달하는 제품을 팔고 있다. 스카치테이프처럼 매출 규모가 큰 제품을 제외한 다른 제품군에 대해서는 브랜드매니저 1명에게 개발에서부터 제조, 유통, 광고 및 심지어 포장재까지 결정할 수 있도록 의사결정의 상당 부분을 위임한다.
3M이라는 회사가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유명하다 보니 ‘돈 되는 아이디어’라며 찾아오는 중소기업 사장이나 발명가가 많다. 그렇다면 박 씨가 생각하는 진짜 돈 되는 아이디어는 무엇일까.
“아이디어 자체만으로는 훌륭하지만 시장 수요가 있을지 의문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제품개발 단계에서부터 정말 시장에서 원하는 제품인지를 소비자 처지에서 수백 번 고민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