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반찬-피자에 들어간 재료까지 원산지 밝혀야

  • 입력 2008년 6월 25일 02시 58분


위성환 국립수의과학검역원 검역검사과장이 24일 정부과천청사에서 미국산 쇠고기 검역 및 검사 절차를 기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과천=홍진환 기자
위성환 국립수의과학검역원 검역검사과장이 24일 정부과천청사에서 미국산 쇠고기 검역 및 검사 절차를 기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과천=홍진환 기자
4단계 검역… SRM 발견땐 10% 개봉 검사

음식점 64만곳 해당… 단속인력 부족 문제

“더 늦출수 없어” 오늘 관보게재 의뢰할 듯

《“이 정도면 국민께서 안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24일 정부과천청사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관련 검역과 원산지 표시 대책을 발표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농식품부는 이날 한미 추가협상을 반영한 쇠고기 고시(告示)를 앞두고 일각에서 여전히 제기하는 미국산 쇠고기 안전성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전국 64만여 개 음식점 및 급식 장소에 대해 쇠고기를 재료로 조리한 음식의 원산지 표시를 의무화하겠다고 밝혔다.》

○ 피자 배달전문점도 원산지 표시해야

이번 대책의 핵심은 쇠고기가 들어가는 모든 음식에 대해 원산지 표시를 의무화하기로 한 것이다. 관심의 초점인 쇠고기는 현재 구이, 탕, 찜, 육회 등이 대상이지만 앞으로는 국, 반찬은 물론 미트볼 등 식육 가공제품도 원산지를 표시해야 한다.

특히 구이용은 전통적인 고깃집뿐 아니라 햄버거, 샌드위치, 피자까지 모두 표시 대상에 들어간다. 미국과 협상 결과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로 규정되지는 않은 곱창이나 막창, 간 등 내장류도 마찬가지다.

내달 초부터는 전국 64만3000여 개 음식점과 급식소들이 쇠고기 원산지를, 12월 22일부터는 돼지고기와 닭고기의 원산지까지 모두 표시해야 한다.

또 개정법이 적용되지 않는 50인 미만 영·유아 보육시설과 학교에 대해서는 보건복지가족부와 교육과학기술부가 내부 규정을 통해, 군부대는 육·해·공군별 급식 규정에 따라 원산지를 표시해야 한다.

하지만 한정식이나 백반처럼 각각 다른 외국산 쇠고기가 들어간 국과 장조림 등을 팔 경우 어떻게 표시해야 하는지 등 다소 혼란도 예상된다.

또 농산물품질관리원의 단속 인력을 현재 600명에서 1000명으로 늘린다 하더라도 64만 개가 넘는 음식점을 제대로 단속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일각에서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 미국산 쇠고기 검역 절차는

고시가 발효돼 미국산 쇠고기가 국내에 반입되면 현장검사-역학조사-관능검사-정밀검사 등 4단계를 거치게 된다.

미국산 쇠고기는 우선 공항이나 항만 도착과 동시에 현장검사와 역학조사를 받는다. 현장에서 검역관이 컨테이너에 부착된 봉인 번호를 확인하고 해동 흔적이나 포장재 파손, 오염 여부 등을 살핀다.

역학조사에선 수출검역증에 ‘한국형 품질체계평가(QSA) 프로그램에 따라 생산됐다’는 내용이 수출검역증에 명시됐는지를 확인한다. 표시가 없으면 해당 수입 물량을 전부 반송한다.

이상이 없는 물량은 검역시행장으로 옮겨져 검역 실무자의 육안을 통한 ‘관능검사’를 받게 된다. 상자당 3%를 개봉해 연령 표시, 육류 색깔, 냄새, 육질 등을 살핀다.

한미 추가협상 합의대로 30개월 미만 소의 뇌, 눈, 척수, 머리뼈가 발견되면 SRM이 아니더라도 해당 상자를 검역 불합격시키고 반송한다.

특히 SRM 부위와 가까운 혀와 내장이 들어오면 수입될 때마다 각 3개 상자에서 해동검사와 조직검사를 실시하게 된다. 내장의 경우 30cm 간격으로 총 120cm에 대해 5개 샘플 조직을 채취해 현미경으로 검사하게 된다. 일본의 경우 개봉검사만으로 미국산 소의 내장을 수입하고 있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 위성환 검역검사과장은 “검사방식을 시범 운영한 결과 신뢰성이 95% 이상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신규로 승인된 작업장에서 생산돼 처음 수입된 물량이나 무작위 표본으로 선정된 물량에 대해서도 수시로 잔류물질검사 등 정밀검사도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SRM이 발견되면 검역 당국은 해당 작업장에 대해 5차례 연속 현장검사를 실시하고 개봉검사 비율을 3%에서 10%로 올리며 조직검사를 포함한 해동검사도 3개 상자에서 6개 상자로 늘려 하게 된다.

○ 25일 고시 의뢰 후 27일 관보 게재할 듯

정 장관은 이날 “이제 더는 고시를 늦출 수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로서도 남은 카드가 없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50여 일간 토론을 거쳐 국민들이 원하는 내용을 반영해 재협상에 준하는 결과를 이끌어냈다”며 “농식품부는 이렇게 마련한 대책이 실효를 거둘 수 있도록 역량을 쏟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농식품부는 25일 행정안전부에 장관 고시 게재를 의뢰하고 27일 고시가 관보에 실릴 것으로 알려졌다.

고시가 공포되면 지난해 10월 등뼈 발견으로 수입 중단됐던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수입과 검역이 곧바로 재개되고 LA갈비 등 뼈 있는 미국산 쇠고기와 내장 등 부산물이 2003년 12월 이후 4년 7개월여 만에 반입될 것으로 보인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모든 음식점 예외없이 적용

원산지 속이면 3년이하 징역

■ 음식점 원산지 표시 Q&A

개정된 농산물품질관리법에 따라 확대 시행되는 음식점 원산지 표시 관리제도의 주요 내용을 문답식으로 알아봤다.

Q. 대상 업소는….

A. 일반음식점, 휴게음식점, 위탁급식소, 집단급식소 등 모든 음식점이 해당된다.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를 사용하는 음식점은 영업장 면적에 관계없이, 쌀과 배추김치를 파는 음식점은 영업장 면적이 100m² 이상인 경우에만 해당된다. 쌀과 쇠고기는 7월 초부터, 닭고기와 돼지고기, 배추김치는 12월 22일부터 시행한다.

Q. 대상 품목은….

A. 쇠고기는 쇠고기 식육과 포장육 및 쇠고기 가공품으로 조리한 모든 음식이 해당된다. 구이, 탕, 찜, 튀김, 육회뿐 아니라 국과 반찬, 햄버거 패티나 미트볼 등 쇠고기 가공품을 조리해 팔 때도 원산지 표시를 해야 한다. 돼지고기와 닭고기는 식육 및 포장육을 조리해 팔 경우에, 쌀은 밥으로 제공될 경우 원산지를 표시한다. 김치는 배추김치로 한정한다.

Q. 원산지 표시 방법은….

A. 메뉴판 및 게시판에 표시하되 급식소는 원산지가 쓰인 메뉴 표를 만들어 가정통신문이나 인터넷으로도 공개한다. 쇠고기는 국내산의 경우 ‘한우’, ‘젖소’, ‘육우’ 등 쇠고기 종류를 구분해 표시한다. 수입한 소를 국내에서 6개월 이상 사육해 유통하는 쇠고기는 ‘국내산’으로 표시하되 수입 국가명과 쇠고기 종류를 함께 표시한다.

Q. 영업자 주의사항은….

A. 영업자는 원재료를 구입할 때 원산지가 쓰인 영수증이나 거래명세표, 축산물등급판정확인서 등을 보관하는 게 좋다. 영업자가 원료공급자에게 원산지를 속아서 구입했다면 원료공급자가 처벌받는다.

Q. 위반 시 처벌은….

A. 원산지를 허위로 표시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원산지를 표시하지 않거나 표시방법을 위반하면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매겨진다. 더불어 ‘식품위생법’에 따라 최대 1개월간 영업정지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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