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뛰고 소득 줄고…뒤로 가는 한국경제

  • 입력 2008년 6월 3일 02시 55분


《지난달 소비자 물가가 약 7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국민이 실제로 쓸 수 있는 돈은 오히려 감소했다. 급격한 내수 위축으로 경제성장률이 하반기로 갈수록 떨어질 것으로 보여 고물가 속에 성장률은 떨어지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우려된다. 무역수지는 그나마 6개월 만에 흑자를 보였지만 대미(對美) 수출이 감소하는 등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전선도 여전히 불안한 상황이다.》

5월 물가 4.9% 상승… 7년만에 최고

2일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5월 소비자 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4.9% 올랐다.

이 같은 물가상승률은 2001년 6월(5.0%) 이후 6년 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올해 들어 물가상승률은 △1월 3.9% △2월 3.6% △3월 3.9% 등 3%대 후반에 머물렀지만 4월 4.1%를 나타낸 뒤 상승 폭이 커지고 있어 물가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최근 물가가 급등한 것은 원유, 금, 밀 등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폭이 1개월 정도 시차를 두고 국내 물가에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달 휘발유 경유 등유 등 석유류 가격은 작년 5월에 비해 25.3% 상승했다.

이에 따라 5월 물가상승률 4.9% 가운데 1.43%포인트는 석유류 가격 상승에 따른 것이라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정부가 가격을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생필품 52개 품목 중에선 28개 품목의 가격이 4월보다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돼지고기 값이 11.4% 올랐고 세탁비누 등 세제 가격이 7.4% 오르는 등 서민생활에 직접 영향을 주는 품목의 상승 폭이 컸다.

1분기 실질GNI 5년만에 최대폭 감소

또 한국은행은 이날 고유가로 실질 무역손실이 크게 늘면서 1분기 실질 국민총소득(GNI)이 지난해 4분기보다 1.2% 감소했다고 밝혔다.

2003년 1분기(―1.6%) 이후 가장 많이 줄어든 것이다.

실질소득 감소는 수입품의 가격이 급등한 반면 수출품의 가격은 그만큼 오르지 못해 1분기 실질무역 손실액이 27조4000억 원으로 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데 따른 것이다.

소비자의 구매력이 줄면서 내수가 국내총생산(GDP) 성장에 기여하는 비중이 ―0.1%포인트를 나타냈다.

수출과 함께 경제 성장의 한 축인 내수가 경제성장률을 오히려 잠식한 것이다.

무역수지, 환율 덕에 반년만에 흑자로

한편 지난달 무역수지는 10억4000만 달러 흑자(잠정치)를 내면서 작년 11월 이후 6개월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5월 수출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27.2% 늘어난 394억9000만 달러, 수입은 28.8% 증가한 384억5000만 달러였다.

이두원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 거시경제 상황을 종합하면 원-달러 환율을 내려서 수입물가 상승 폭을 줄이고, 경유 등 서민생활과 직결된 세금을 내리는 정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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