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이뤄진다는 믿음 버리지 마세요”

  • 입력 2008년 6월 2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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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이 지난달 29일 충북 청주시 상당구 탑동 일신여중에서 전교생을 대상으로 ‘꿈을 이루는 길’을 주제로 특강을 했다. 강연에 앞서 김 회장은 자신을 초청하기 위해 수십 통의 편지를 보낸 이 학교 3학년 2반 학생들을 찾아 감사의 뜻을 전했다. 사진 제공 동원그룹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이 지난달 29일 충북 청주시 상당구 탑동 일신여중에서 전교생을 대상으로 ‘꿈을 이루는 길’을 주제로 특강을 했다. 강연에 앞서 김 회장은 자신을 초청하기 위해 수십 통의 편지를 보낸 이 학교 3학년 2반 학생들을 찾아 감사의 뜻을 전했다. 사진 제공 동원그룹
《“승자(勝者)의 주머니 속에는 꿈이 있고 패자(敗者)의 주머니 속에는 욕심이 있다고 합니다. 여러분도 일생을 두고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는 믿음을 버리지 마세요.”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이 지난달 29일 일일교사로 충북 청주시 상당구 탑동 일신여자중학교를 찾았다. 김 회장은 강단이 마련된 체육관에서 학생들에게 “개그맨 강호동처럼 웃길 수도 없어 옷이라도 신경 써서 입고 왔는데 어때요”라고 말을 꺼냈다. 그는 이날 딱딱한 느낌의 정장 대신 밝은 청색 재킷에 카키색 바지를 입었다.》

학생들 특강요청 편지에 감동… ‘뱃사람 경험’ 등 전해

김 회장의 우스갯소리에 여중생들의 웃음이 터져 나왔다. 분위기가 한층 부드러워지자 그는 마도로스를 꿈꾸며 어렵게 대학 공부를 했던 기억부터 꺼냈다.

“전남 강진에 살던 제가 부산으로 대학(현 부경대)을 간다고 하니 선친께서 쌀은 농사지어 보내줄 테니 반찬은 바다에서 물고기를 낚아 먹으라 하시더군요. 빠듯한 주머니 사정 때문에 정작 소금과 간장이 주로 먹는 반찬이었죠.”

김 회장이 대학 졸업 후 승선(乘船)의 꿈을 이루는 것은 쉽지 않았다. ‘대학물’ 먹은 사람이 힘든 일을 할 수 있겠느냐는 뱃사람들의 편견 때문이었다.

“그러다 마침 한 어선이 남태평양으로 참치를 잡으러 간다는 소식을 들었죠.”

그 배가 바로 국내 첫 원양어선인 지남호였다. 김 회장은 당시 동쪽으로 23일간 배를 몰아 남태평양 사모아 섬에 도착했던 첫 승선의 경험을 담아 사명을 ‘동원(東遠)’으로 지은 일화도 소개했다.

‘참치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40여 분간의 강의가 끝나자 일신여중 학생들의 질문도 이어졌다. ‘회장님한테도 힘든 일이 있나요’, ‘참치회는 비싼데 참치캔은 왜 싼가요’….

대기업 회장이 기업체나 대학이 아닌 지방 중학교 교단에 서는 일은 이례적이다. 이번 특강은 이 학교 3학년 2반 학생들이 김 회장에게 일일교사로 와 달라며 수십 통의 편지를 보냈고 이에 감명을 받은 김 회장이 흔쾌히 특강에 나서 이뤄졌다. 김 회장은 이날 강의를 위해 인터넷을 뒤져 가며 A4 용지 13장 분량의 원고를 직접 준비했다고 한다.

김 회장은 강의가 끝난 후 동아일보 기자에게 “꿈이 없었다면 배 한 척으로 회사를 이만큼 키울 수 없었다”며 “어린 학생들이 내 경험담을 통해 세계를 무대로 꿈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청주=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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