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던 ‘강만수 환율’ 고유가 -고물가에 U턴?

  • 입력 2008년 5월 28일 02시 59분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환율정책이 선회하고 있다. 그동안 ‘물가가 다소 오르더라도 경상수지 개선이 급선무’라며 환율 상승(원화가치 하락)을 유도하던 환율당국의 입에서 ‘물가를 포기할 수 없다’, ‘환율 상승 추세가 우려스럽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외환시장에서는 당국이 27일에도 10억 달러를 외환시장에 내다팔며 오름세를 타던 원-달러 환율을 끌어내린 것으로 보고 있다.》

○ 재정당국자 “물가도 포기 못해” “더는…”

강만수 장관은 2월 29일 취임 직후부터 기회 있을 때마다 원화가치가 비정상적으로 고평가돼 있으며 경상수지 개선을 위해서는 환율이 올라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시장에 전달해 왔다.

시장의 반응은 민감했다. 강 장관 취임 전날 달러당 936.5원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강 장관이 취임하자마자 12거래일 동안 올라 3월 17일 단숨에 1029.2원까지 치솟았다. 비판 여론이 거셌다. 환율이 오르면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같은 수출 대기업들이 혜택을 보는 동안 서민들은 물가 상승으로 고통을 당하고 있다는 것.

이 같은 비판에 요지부동이었던 환율당국의 시각이 변화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재정부 환율 당국자들은 최근 며칠 사이 부쩍 말이 많아졌고 그 내용도 복잡해졌다. 요지는 환율당국이 환율 상승만을 바라는 것이 아니며 물가도 포기할 수 없는 목표라는 것이다.

최종구 재정부 국제금융국장은 27일 “(최근 환율 상승이) 유가 급등 등의 영향에 따른 것이기는 하지만 지나친 시장쏠림 현상이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하기도 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30달러를 넘어서고 수입물가 상승률이 10년 만에 최고치를 보이는 등 물가 수준이 서민들이 감내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자 정부가 결국 환율정책 기조를 바꾸는 것 아니냐는 해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 강 장관 소신 불변… 1050원선 등락 이어질듯

정부는 환율정책 기조 변화를 확인이라도 해주듯 27일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외환시장에 10억 달러라는 비교적 큰 규모의 달러 매도 개입에 나섰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3원 정도 오른 1051원 안팎에서 움직이다가 외환당국의 개입으로 추정되는 달러가 쏟아지면서 전날보다 달러당 10.80원 급락한 1037.7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정부는 21일에도 원-달러 환율이 1057.30원까지 뛰어오르자 5억 달러를 시장에 풀어 1042.20원까지 환율을 끌어내렸다.

이처럼 정부가 대규모 달러 매도 개입에 나서자 외환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도 “원화 약세를 용인하던 정부의 방침에 변화가 생긴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다만 정부가 현재 수준에서 환율을 큰 폭으로 끌어내릴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은 많지 않다. 재정부 고위 당국자는 “강 장관으로서는 물가와 경상수지 등 여러 가지 변수를 종합적으로 보지 않을 수 없다”면서도 “강 장관은 취임 당시 지나치게 낮았던 원-달러 환율이 현재 수준으로 한 단계 레벨업돼 있는 상태에 상당히 만족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외환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환율당국이 원-달러 환율의 1차 마지노선을 1050원으로 설정했으며 환율이 당분간 1050원을 크게 넘지 않는 수준에서 박스권으로 움직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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