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1위 제약사 화이자 “한국 투자환경 최적”

  • 입력 2008년 5월 10일 02시 58분


최근 1년새 임상시험-신약투자 집중

세계 1위 제약회사인 미국 화이자의 한국 구애(求愛)가 뜨겁다.

화이자 본사는 지난해 6월 신약 개발 및 기초기술 연구를 위해 2012년까지 한국에 총 3억 달러(약 3140억 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그 이후 약 1년 동안 화이자는 임상시험 및 신약 개발 관련 투자를 한국에 집중시키고 있다. 전략적 제휴 파트너를 찾아 화이자 본사의 연구개발(R&D) 거물들도 잇달아 방한(訪韓)하고 있다.

○ 2012년까지 3억달러 투자… R&D거물 방한 줄이어

화이자는 올해 초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등 4곳을 핵심 임상시험센터(CRS)로 선정했다.

한국화이자제약 측은 “CRS로 선정되면 화이자의 초기단계 임상시험 중 약 50%를 처리하게 된다”며 “그만큼 한국이 다국가(多國家) 임상시험의 허브가 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화이자는 현재 한국을 포함해 미국 프랑스 폴란드 아르헨티나 등 5개국의 병원을 CRS로 선정했다. 2019년까지 세계 9개 국가의 병원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또 지난달 30일에는 한국에 ‘약물동역학 모델링 및 시뮬레이션 교육센터’를 세계 처음으로 설립한다고 밝혔다. 시뮬레이션을 통해 개발 중인 신약의 약효를 미리 예측함으로써 신약 개발 비용과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지만, 시뮬레이션 전문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전문가 양성 기관 설립을 위해 한국 인도 싱가포르 등을 놓고 저울질하다가 최근 한국으로 최종 확정한 것이다.

임상시험을 넘어 신약 공동 개발을 위한 움직임도 뚜렷하다.

지난달 초 화이자 본사의 R&D 담당 책임자들이 한국을 방문해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아시아 R&D 전략적 제휴 설명회’를 열었다. 화이자는 신약 개발의 초기 단계인 후보물질 발굴 단계에서부터 함께할 파트너를 찾았다.

○ 다국가 임상시험 작년 75건… 2년새 3배로

로드 매킨지 화이자 글로벌 R&D 총괄책임자 겸 수석 부사장은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한국은 최근 학술적 R&D 분야에서 뛰어난 능력을 입증했다”며 “화이자는 한국과의 파트너십을 늘려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화이자는 “화이자 본사가 한국 의료기관 인프라와 연구자 수준을 세계 최고급으로 인정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신약 개발에 필수 단계인 임상시험 연구의 허브로 한국을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다국가 임상시험을 75건 유치했는데, 이는 2005년(22건)보다 3배 이상으로 증가한 수치다. 또 “한국 정부의 신약 개발 의지가 높고, 글로벌 R&D 협력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발표를 높게 평가했다”며 “특히 정부가 의료산업 내 경쟁을 제한하는 규제를 정비하겠다고 밝힌 이후 ‘한국은 투자하기 좋은 나라’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고 회사 측은 덧붙였다.

국내 제약업체의 한 임원은 “화이자는 매출액과 R&D 투자 규모는 국내 제약업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며 “화이자가 신약을 무기로 영업까지 공격적으로 나온다면 국내 제약시장 판도가 바뀔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