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회장님의 ‘털털한 카리스마’

  • 입력 2008년 5월 6일 03시 00분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이 지난달 11일 코오롱 구미공장의 한 외벽을 페인트칠했을 때의 모습. 그는 “이제 그만 칠하시라”는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칠하기로 예정된 모든 단어를 끝까지 다 칠했다. 사진 제공 코오롱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이 지난달 11일 코오롱 구미공장의 한 외벽을 페인트칠했을 때의 모습. 그는 “이제 그만 칠하시라”는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칠하기로 예정된 모든 단어를 끝까지 다 칠했다. 사진 제공 코오롱
코오롱 구미공장 2년째 무분규 이끈 이웅열 회장

《이웅열(52) 코오롱그룹 회장의 ‘젊은 카리스마’가 주목받고 있다. 그는 최근 코오롱과 SKC(SK그룹의 화학섬유 계열사)의 합작법인 설립에 적지 않은 역할을 하고, 한때 강성 노조가 득세하던 코오롱 구미공장을 2년째 상생(相生) 협력 관계로 이끄는 등 눈에 띄는 경영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이 회장은 1957년 ㈜코오롱을 설립한 고 이원만 회장의 손자이자 현 이동찬 명예회장의 아들이다. 1977년 코오롱에 입사해 기획조정실장을 거쳐 나이 40세가 되던 1996년부터 그룹 회장을 맡고 있다.

이 회장은 진솔하고 시원시원한 경영 스타일로 사원들의 신뢰를 받고 있으며, 형식보다는 실질을 중요시하는 경영 감각이 돋보인다는 평가가 많다.

지난달 11일 이 회장은 코오롱 창립 51주년을 맞아 경북 구미시 공단동의 구미공장을 방문했다.

그는 선글라스를 끼고 청바지와 흰색 티셔츠 차림으로 직접 트럭을 몰고 와 냉장고 100대와 도넛 2000개를 노동자들에게 선물했다. 트럭에서 내려 환호하는 노동자들에게 “사랑합니다”라며 양손으로 하트 모양을 그려 인사했다.

이 회장이 공장 외벽에 ‘꿈, 희망, 미래, 행복’이라는 4개 단어를 페인트로 칠하면서 땀을 흘리는 모습을 본 한 근로자는 “그룹 회장이 아니라 마치 이웃집 아저씨 같다”고 했다.

화법(話法)도 솔직하고 직설적이다. 그는 구미공장 축사에서 “떨립니다. 구미공장에 가까워질수록 점점 더 떨립니다. 그리고 눈물이 납니다. 과거 가장 가슴 아프게 하던 구미공장이 이제는 뭉클한 감동을 줍니다”라며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아 참석자들을 뭉클하게 했다.

코오롱 구미공장은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심각한 노사갈등을 겪은 대표적 사업장이지만 지난해부터 ‘노사 상생동행 선언’을 하면서 2년째 무분규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 2월 14일 밸런타인데이 때는 초콜릿과 함께 ‘오늘은 꼭 전하고 싶습니다. 미치도록 사랑한다고’라고 적힌 쪽지를 사원들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형식보다 실용을 중시한다는 평도 듣는다.

지난달 30일 코오롱과 SKC는 폴리이미드(PI) 필름 사업부를 분사해 합작법인 ‘글로엠’을 설립한다고 밝혔다. 섬유업계의 오랜 맞수인 두 회사가 ‘적과의 동침’을 한 배경에는 이 회장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다.

코오롱의 한 여사원은 “솔직하고 털털한 모습이 인상적”이라며 “고리타분하지 않고 사원들의 사기를 세심하게 챙기는 젊은 회장님”이라고 말했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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