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원전 30년… 국내전력의 39% 담당

  • 입력 2008년 4월 29일 02시 58분


국내전력의 39% 담당 전기요금 꽁꽁 묶었다

《1978년 4월 29일 국내 첫 원자력 발전소인 고리 1호기가 힘차게 터빈을 돌리기 시작했다. 당시 1호 원전에 대한 사회적 불안감도 적지 않았지만 고리 1호기는 상업운전 개시 5년 만에 건설비를 모두 뽑았을 정도로 안정적으로 운영됐다. 고리 1호기는 지난해 설계수명이 다해 폐기될 위험에 처했지만 국제원자력기구(IAEA) 안전성 검사를 통과해 올해 1월부터 10년간 수명이 연장됐다. 30년 전에 지은 국내 1호 원전의 기술력이 지금도 통하고 있는 셈이다. 가동 30년을 맞은 한국 원전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점검해 본다.》

○ 2015년엔 28기로 늘어… 세계 5위

한국은 고리 1호기 이후에도 영광, 울진, 월성에 원전 20기를 지으면서 기술을 축적해 왔다. 2006년 말 현재 20개의 원전이 생산하는 전력은 1429억 kWh로 국내 총전력생산량의 39%에 이른다.

여기에 현재 짓고 있는 신고리원전 4기와 신월성 2기, 건설 준비 중인 신울진 2기를 합치면 한국은 2015년에 원전 28기를 보유한 세계 5위의 원전 강국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신고리 3, 4호기와 신울진 1, 2호기는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원천기술을 응용해 한국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3세대 원자로’ APR-1400이 채택될 예정이다.

한국은 원전 설계기술 못지않게 건설 및 운영능력도 세계적 수준에 올라 있다. 100%에 가까운 원전이용률은 이 같은 한국 원전 운영수준을 보여 주는 대표적 사례다.

원자로는 핵연료를 넣은 후 18개월이 지나면 새 연료를 장전하기 위해 운전을 정지하는데 이 ‘예정된 정지 기간’을 제외하면 고장으로 인한 정지는 거의 없다는 의미다. 실제로 2005년 12월 한국은 원전 20기의 연간 평균 고장정지 건수가 호기당 0.5건으로 세계 기록을 세운 바 있다.

최교서 한국수력원자력 홍보팀장은 “원전은 원자로에 이상고온이 발생하거나 문제가 생기면 자동으로 가동을 멈추게 돼 있다”면서 “국내에는 ‘원전=기피시설’이라는 편견이 있지만 한국 원전의 안전성은 세계적이다”고 자신했다.



○ 축적된 기술로 해외시장 공략할 때

지난 30년간 국내 전력생산의 주축을 담당해온 원전의 경제적 효과도 크다.

한국원자력문화재단에 따르면 전력 1kWh를 생산하는 데 드는 비용은 원자력이 39.39원(2007년 기준)으로 수력(97.38원), 중유(123.01원) 천연가스(LNG·104.50원) 발전에 비해 저렴하다. 생산 단가가 비슷한 석탄 발전도 최근 1년 사이 석탄 값이 2배 이상 급등하면서 경제성이 크게 뒤처지고 있다.

1982년 이후 26년간 소비자물가가 178% 상승했지만 전기요금은 5.4% 상승에 그친 것도 이 같은 원전의 경제성에 힘입은 것이다.

원전은 온실가스 배출이 거의 없는 친환경시설이라는 점에서 금전적으로 계산되지 않는 ‘생태경제학적’ 효과도 적지 않다. 특히 유연탄과 LNG 발전은 원전 온실가스 배출량의 각각 107배와 48배에 이른다.

미국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 개발도상국들이 최근 대대적인 원전 확충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원전의 비교우위 때문이다.

한국형 원전의 설계를 담당하는 한국전력기술의 허영석 전무는 “원천기술 소유자인 미국 기업들은 30년 가까이 원전을 짓지 않아 원전 제작 능력을 상실했다”면서 “그동안 20기의 원전을 지으면서 축적한 기술로 해외 원전 시장 공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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