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수업 사세요”… 방문판매의 진화

  • 입력 2008년 4월 28일 02시 59분


《서울 관악구 봉천1동에 사는 주부 윤모(32) 씨는 네 살된 딸아이의 교육을 위해 최근 ‘한글 교육 방문 서비스’를 신청했다. 일주일에 한 번 교사가 집을 방문해 한글을 10∼15분 가르친다. 비용은 교재비를 포함해 월 4만 원. 윤 씨는 “시간당 비용을 따지면 비싼 편이지만, 일대일 맞춤교육을 해 주는 것에 끌렸다”며 “최근 어린이 유괴사건이 잇따르면서 방문교육을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가가호호 방문해 상품이나 서비스를 파는 방문판매 시장이 계속 커지고 있다. 기존 건강보조식품, 화장품, 정수기 등 물품 판매 중심에서 최근 한글, 미술, 피아노 등 무형의 교육 서비스가 추가되는 등 방문판매의 사업영역이 커지고 있다.》

○ 교재 판매에서 교육 서비스로

2000년대 초반 방문판매는 건강보조식품과 학습지 판매가 양대 산맥을 이뤘다. 최근에는 학습지 판매보다 건강보조식품 비중이 월등히 커진 가운데 방문교육 서비스가 떠오르는 추세다.

한국직접판매업협회에 따르면 방문판매와 다단계판매로 나눠지는 직접판매에서 건강식품과 학습지가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2000년 기준 각각 25.1%, 24.0%로 엇비슷했다.

하지만 2005년 건강식품이 44.4%로 급성장한 반면 학습지는 4.4%로 위축됐다.

전집도서 및 학습지 방문판매가 홈쇼핑, 인터넷 쇼핑몰의 직격탄을 맞아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교육 서비스 방문판매 사업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국어 영어 수학 등 주요 과목 중심에서 최근 피아노 미술 논술 등으로 방문교육의 폭도 넓어졌다.

직접판매업 품목별 매출 비중 변화
품목2000년2005년
건강식품25.1%44.4%
미용용품18.8%19.2%
생활용품18.9%12.4%
학습지, 도서24.0%4.4%
음악, 테이프, CD0.6%1.5%
세제류0.6%0.9%
기타12.0%17.2%
직접판매는 방문판매(95%)와 다단계판매(5%)로 구성. 자료: 한국직접판매업협회

에듀프라임은 2006년 6월부터 일대일 피아노 방문교육 사업을 시작했다. 음대를 졸업한 전문강사 480여 명이 가르치면서 2년도 채 안 돼 전국 74개 지사, 4300여 명 회원을 둘 정도로 성장했다.

한우리독서논술은 독서교육을, 가베월드는 기하학 교구인 가베 교육을 방문해 가르친다. 홍선생미술교실과 단소야도 각각 미술교육, 국악교육을 일대일로 가르친다.

창업전략연구소 이경희 소장은 “부모들이 부족한 예능교육을 방문교육으로 보충하는 추세”라며 “자녀 스케줄에 맞춰 집에서 1대1로 교육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만족도가 매우 높은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 ‘프랜차이즈 가맹 매력도 높아’

방문교육 서비스가 성장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프랜차이즈 가맹이 손쉽다는 점이다.

창업경영연구소 이상헌 소장은 “방문교육은 점포가 필요 없고, 시설투자가 거의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시장 진입장벽이 낮은 편”이라며 “신뢰할 만한 본사를 선정하면 그 후 창업 절차는 간단하다”고 설명했다.

현대증권 김혜림 연구원은 “예체능 교육으로 특화한 방문판매는 시장 초기 단계로 유아 및 초등학생의 사교육비를 감안하면 방문교육 서비스의 성장 가능성은 크다”고 분석했다.

소비자보호원 서비스2팀 박경희 팀장은 “방문교육 서비스에 가입할 때 강사의 방문 일시 등을 기록하는 등 분쟁 발생 시 입증할 수 있도록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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