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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4월 25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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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표, 풀무원 전환사채 인수… 제휴설 모락모락
주식 공개매수를 통해 샘표식품 경영권을 장악하려고 했던 우리투자증권 사모(私募)투자펀드인 마르스1호의 계획이 공개매수에 응한 주주들이 모자라 일단 무산됐다.
하지만 샘표식품 측이 공개매수 기간 중에 풀무원 자회사의 전환사채를 인수하는 한편 마르스1호도 샘표식품의 경영권에 계속 관심을 보이고 있어 경영권을 둘러싼 양측의 공방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본보 16일자 B1면 참조
‘간장 명가’ 샘표식품 경영권 분쟁 얼룩
2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마르스1호가 23일까지 샘표식품 주주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주식 공개매수에 8만9511주(2.01%)가 응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개매수로 마르스1호의 샘표식품에 대한 지분은 29.97%에서 31.98%로 늘어 최대주주로 올라섰지만 당초 목표했던 50%보다는 훨씬 낮았다.
반면 박진선 샘표식품 사장과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지분은 31.46%며 우호지분까지 포함하면 50%에 육박한다.
우리투자증권 남동규 이사는 “일단 추가 공개매수보다는 장기적으로 샘표식품 주식을 보유하면서 경영투명성 제고를 위해 노력하겠다”며 “하지만 샘표식품은 풀무원과의 전략적 제휴의 구체 내용을 주주들에게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서는 풀무원이 샘표식품의 ‘백기사’로 나선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최근 샘표식품은 풀무원 자회사인 엑소후레쉬물류가 발행하는 전환사채 50억 원을 인수했다고 공시했다. 엑소후레쉬물류는 풀무원의 신선식품을 운반하기 위한 냉장냉동 운송을 맡고 있다.
풀무원은 공개매수 기간 중 주식을 추가로 사들여 지난해 말 4%대였던 샘표식품 지분을 24일 현재 5.01%로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남 이사는 “샘표식품과 풀무원이 장기적으로 물류와 영업망을 합칠 경우 샘표식품은 풀무원의 주문자생산방식(OEM) 공장으로 전락할 것”이라며 “경영권 방어를 내세워 주주들 동의 없이 이 같은 자금운용을 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샘표식품 심선애 홍보팀장은 “풀무원과는 오랜 기간 우호적인 관계를 가져온 기업이고 공교롭게도 발표 시점이 맞물렸을 뿐 다른 의도는 없다”고 반박했다.
풀무원 류인택 홍보팀장은 “2003년부터 샘표식품에 고추장, 된장 등 비가공제품을 위탁생산하고 있다”며 “장류 생산 노하우와 냉장물류 강점이 만나 일으키는 비용절감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뿐 샘표식품의 경영권 문제와는 상관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증권업계와 유통업계에선 “샘표식품이 자본금 59억 원에 불과한 엑소후레쉬물류의 전환사채를 공개매수 기간 중에 50억 원어치나 사들인 것은 양측의 전략적인 제휴 없이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나온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