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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4월 17일 20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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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수만 놓고 보면 구속 기소도 가능하지 않느냐는 세간의 시선을 의식한 듯 조준웅 특별검사팀은 17일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구속이 아닌 불구속 상태로 이 회장을 재판에 회부하는 이유를 장시간에 걸쳐 설명했다.
무엇보다 특검팀은 이 회장의 조세포탈과 배임의 유형이 다른 사건과 다르다고 판단했다.
특검팀은 이날 "자기를 위해서 회사를 완전히 망치는 배임과는 좀 다르지 않느냐. 탈세도 전형적인 탈세와는 좀 다르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 회장이 아버지로부터 상속 받은 재산을 전략기획실을 통해 차명 관리한 것은 기업의 지배구조를 유지·관리하기 위한 것이지 개인적 탐욕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재계 서열 1위인 삼성그룹의 위상과 대기업 총수를 형사처벌할 때마다 거론되는 경제적인 파장도 고려됐다.
특검팀은 "(이 회장을 구속 기소하면) 우리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엄청나게 클 것이고 삼성의 기업경영, 나아가 우리 경제에 엄청난 피해가 올 것이라는 의견이 많이 제시되고 있다"고 했다.
삼성그룹 고위 임원을 구속 기소하게 되면 경영 공백으로 국가 경제에도 커다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재계의 우려를 일부 수용한 것이다.
또 이 회장의 경우 글로벌 기업의 총수로서 도주 우려가 별로 없는 데다 이미 삼성 임원들이 특검 조사과정에서 사실관계를 대부분 시인해 증거인멸 우려도 상대적으로 낮다고 봤다.
그러나 시민단체와 일부 법조계 인사 등은 "결국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논리가 아니냐"며 특검의 삼성그룹 봐주기 수사 의혹을 제기했다.
삼성그룹을 검찰에 고발한 경제개혁연대와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모임, 참여연대 등 이날 공동 논평을 내고 특검의 결정에 대해 일제히 비판했다.
이들은 논평은 통해 "특검 수사는 단지 시간과 인력의 한계로 인해 미진했던 수사가 아닌, 이미 밝혀진 증거마저도 외면하고 이 회장 등 불법행위자들이 감내할 수 있는 결론을 도출한 전형적 '짜맞추기 수사'이자 '재벌 봐주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특검이 적은 수사 인력으로 방대한 양을 수사했지만 삼성으로서는 이 회장의 구속을 막음으로써 최상의 결과를 이끌어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원수기자 need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