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금리동결’ 했지만…내달 인하 가능성

  • 입력 2008년 4월 10일 19시 41분


10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는 지난해 9월 이후 8개월째 동결됐다.

그러나 이성태 한은 총재는 이날 경제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를 강하게 내비쳤다. 이에 따라 이날 채권시장에서는 금리가 급락(채권가격은 상승)했다.

이날 이 총재는 기준금리를 동결한 금통위 회의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경제 성장이 몇 달 전 예상한 것보다 상당 폭 둔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외 여건이 상당히 나빠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 달 전 "국내 경기는 상승 기조를 지속하고 있다"고 말하던 때보다 경기를 크게 부정적으로 본 것이다.

그는 이어 "소비자 물가가 당분간 목표범위를 웃도는 꽤 높은 상승률이 이어질 것"이라며 "하지만 연말 즈음에는 한은의 목표 범위(3.0%±0.5%) 내로 들어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준금리를 동결하는 데 높은 물가수준을 고려했다는 뜻이다. 물가가 한은의 관리 목표치 이내로 떨어지는 시점도 한 달 전 '올해 하반기(7∼12월)'에서 '연말'로 늦춰 잡았다.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이 총재는 "당초 미국 금융시장에 문제가 생겼을 때는 우리나라 실물 쪽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금융시장 불안이 장기화하면서 앞으로는 우리나라 실물경제에도 점차 영향을 주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금융연구원 신용상 거시경제연구실장은 "이 총재의 발언은 물가에서 경기로 무게중심을 이동했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면서 "이르면 다음달 금리를 한차례 내린 뒤, 물가지표를 지켜보다가 하반기 들어 1~2차례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금융시장도 이 총재의 발언을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시기가 멀지 않았다는 신호로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이날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와 회사채 금리는 전날보다 각각 0.12%포인트 떨어진 4.91%, 5.83%로 마감되며 양쪽 모두 연중 최저치로 급락했다.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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