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재값 오르더라도 이젠 끄떡없습니다” 박영주 회장

  • 입력 2008년 4월 10일 02시 59분


조림사업 성공 이건산업 박영주 회장

이건산업 박영주(67·사진) 회장은 애장품처럼 아끼는 나무조각이 있다. 이 조각만 보면 흐뭇하고 뿌듯하다고 한다.

박 회장을 인터뷰하기 위해 9일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에 있는 사무실을 방문했을 때 먼저 조각부터 찾아봤다. 아프리카풍이 물씬 나는 아기자기한 장신구 목각이었다.

이 조각들은 영국 연방국가인 솔로몬 군도의 원주민들이 박 회장에게 준 선물이다. 유명 작가의 조각품도, 값나가는 작품도 아니다. 하지만 박 회장에게는 각별한 의미가 있단다.

“한평생 목재 사업을 하면서 품은 꿈이 ‘내 나무를 가지는 것’이었습니다. 미국과 일본에 치여 구걸하다시피 목재를 구하러 다닐 때마다 이를 악물었어요. 이 조각들은 솔로몬 군도에서 이룬 성공적인 조림(造林)사업의 결과입니다.”

박 회장은 1972년 목재 가공 전문기업인 이건산업을 설립했다. 이어 1988년 시스템 창호 전문 이건창호시스템, 2002년 바닥재 전문 이건리빙, 2005년 파손된 목재를 재활용하는 이건환경 등을 세워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이건산업은 1970년대 동남아 국가들의 ‘자원 내셔널리즘’으로 고생을 많이 했단다. 원목 가격 변동이 아주 심해 시장 상황을 예측하기 힘들었던 것.

박 회장은 1979년 남태평양 파푸아뉴기니의 ‘불로로 삼림대학’에 직원 2명을 학생으로 보냈다. 이들은 삼림을 보유한 국가 학생들과 인맥을 쌓으면서 조림 사업지를 물색했다. 여러 번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발굴한 곳이 솔로몬 군도.

이건산업이 구입한 조림지는 약 260km²로 여의도 면적의 약 90배다. 매년 10km² 이상 조림지를 넓히고 있고,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원목을 생산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원자재 가격 상승의 어려움을 피해갈 수 있다는 것이 박 회장의 설명이다.

하지만 조림사업은 10년 이상을 내다보고 장기 투자해야 하는 특징이 있다. 이건산업은 최근 매출액이 정체를 보이자 타개책 모색에 전념하고 있다.

박 회장은 “현재 수치상으로만 이건산업을 봐선 안 된다”며 “사업 구조조정이 끝나고 조림사업의 성과가 나타나는 내년 초를 주목해 달라”고 했다.

36년간 최고경영자(CEO)로 지내면서 유지한 철학은 무엇일까.

“어렸을 때 마쓰시타전기의 마쓰시타 고노스케(松下幸之助) 창업주의 사회 공헌에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저 역시 지금까지 경영을 해 오면서 ‘나눌 수 있다는 기쁨’이야말로 가장 큰 행복이었습니다.”

이건산업은 솔로몬 군도뿐 아니라 미국 중국 칠레 등 해외 현장을 개척할 때마다 지역 발전 사업을 한다. 한국에선 지난해 18년째 이건음악회를 무료로 개최하며 예술계 발전에도 앞장섰다. 박 회장은 문화예술 활동을 돕는 기업들의 모임인 한국메세나협의회의 6대 회장이기도 하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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