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8년 4월 3일 03시 00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실무-이론 겸비 박사급 즐비… 이공계-R&D출신 CEO도 많아
《LG그룹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나 사업본부장 중에는 실무 능력과 이론을 겸비한 박사급 인재가 적지 않다. 이공계와 연구개발(R&D) 출신 CEO들의 발탁도 두드러진다. 이는 학구적이면서도 기본을 중시하는 LG그룹의 사풍(社風)과 무관치 않다. 실제로 LG그룹은 국내 대기업 가운데 보고서를 잘 만드는 회사로 컨설팅 업계에서 정평이 나 있다. LG 출신이면 별도 교육 없이 바로 컨설팅 업무에 투입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그만큼 임직원들의 업무 관련 이론 무장이 탄탄하다는 뜻이다.》
○ 계열사 이끄는 주요 사장급 CEO
반도체 소재 회사인 실트론 이희국 사장은 대표적인 이공계 출신 전문 경영인이다.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전기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이 사장은 미국 HP에서 3년간 연구원 생활을 하다가 1983년 LG반도체에 영입됐다. 1999년 LG전자로 옮겨 기술원장 및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지내며 소자재료, 디스플레이, 디지털TV 등의 R&D를 이끌다 올해 1월 매출 1조 원 시대를 목전에 두고 있는 실트론으로 옮겼다.
구매 대행과 건물 관리 등을 주력으로 하는 서브원 김태오 사장은 취임 2년 만인 지난해 매출 1조6000억 원을 달성했다. 김 사장은 옛 기획조정실 재무팀장을 지냈고 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던 2003년에는 정도(正道)경영TF팀장으로 활약했다. 서비스회사 CEO 답게 직원 가족이 출산하면 꽃다발을 보내는 등 직원에 대한 배려가 남다르다.
이병남(사장) LG인화원장은 2000년 당시 구조조정본부 인사팀장을 맡아 공채를 없애는 대신 사업책임자가 필요한 사람을 채용할 수 있도록 하고 성과주의를 강화하는 등 그룹의 인사원칙을 새로 정립했다. 1995년 LG에 영입되기 전까지 6년여 동안은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와 조지아주립대에서 경영학 교수로 일했다.
그룹 내 브레인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정일재 LG텔레콤 사장은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경영학 박사 출신. 2006년 취임 이후 1년 8개월여 만에 순증(純增) 가입자 113만 명을 확보해 안정적인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경제관료 출신인 이정식 LG파워콤 사장은 2006년 취임 이후 매년 두 자릿수의 매출 성장세를 이끌고 있으며 지난해 매출액 1조 원을 돌파했다. 회사 규모가 커진 것에 발맞춰 올해는 ‘신뢰를 바탕으로 한 열정과 프로정신’을 모토로 내걸고 체질 개선 작업에 나섰다.
미국 일리노이대 이학 박사 출신인 김인철 LG생명과학 사장은 2006년 취임 당시 88억 원이던 영업이익을 지난해 256억 원으로 끌어올리며 8분기 연속 흑자를 냈다. 매분기 전국 사업장을 돌며 성과와 향후 경영계획을 임직원들에게 설명해 시너지를 높이고 있다.
○ LG의 미래를 책임질 유망주들
아직 계열사의 최고책임자는 아니지만 LG그룹의 파워 엘리트 그룹에 들어가는 사장, 또는 부사장급도 적지 않다.
핵심 계열사인 LG전자는 CEO인 남용 부회장 밑에 사업본부장 4명이 각 사업부문을 이끌어 나가는 ‘4륜 마차’ 시스템이다.
디지털가전(DA) 부문을 책임지는 이영하 사장은 지난해 난공불락으로 여겨지던 북미의 냉장고와 세탁기 시장에 뛰어 들어 성과를 거뒀다. 북미 세탁기 시장에서 대용량은 7∼8kg이었으나 LG전자는 같은 외형에 12kg급 제품을 내놓아 인기를 끌었다. 한 해의 3분의 1을 해외에서 보낼 정도로 글로벌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휴대전화(MC) 사업본부를 맡은 안승권 부사장은 초콜릿폰, 샤인폰, 프라다폰을 연속 히트시키며 회사 내 스타로 떠올랐다. 지난해 2분기(4∼6월) 11.6%의 영업이익률과 160달러의 평균 판매단가를 달성하면서 라이벌인 삼성전자를 제쳐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은 8889억 원으로 1년 만에 12배로 늘었다.
디지털디스플레이(DD) 사업본부장인 강신익 부사장은 액정표시장치(LCD) TV와의 어려운 경쟁 속에 지난해 32인치 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PDP) TV를 내놓아 흑자 전환의 발판을 마련했다.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가전전시회(CES)에서 TV 부문 ‘최고 혁신상’을 수상한 PG60도 강 부사장의 작품이다.
PC, 광스토리지(DS), 오디오기기 등 최첨단 제품군을 책임진 디지털미디어(DM)사업본부장인 황운광 부사장은 2004년 LG-IBM 시절 12%에 머물던 시장점유율을 지난해 갑절에 가까운 20%대 초반으로 끌어올렸다. 광스토리지 분야에서도 지난해까지 10년 연속 세계 판매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서울대 공대를 나온 엔지니어 출신으로 최초의 한글 전자타자기 개발을 주도하기도 했다.
또 다른 주력 계열사인 LG화학에서는 매출 규모가 가장 큰 석유화학사업을 올해 맡은 박진수(사장) 본부장이 주목받고 있다. 서울대 화학공학과를 나온 정통 화학맨으로 2005년 LG석유화학 대표이사로 취임해 나프타분해시설(NCC) 공장을 단일 공장으로는 아시아에서 ‘톱 3’ 안에 드는 규모로 키워냈다.
이 회사 정보전자소재사업본부장인 박영기 부사장은 2000년 편광판 양산화에 성공해 당시 전량 일본에 의존하던 LCD의 핵심부품을 국산화했다. 또 시장을 앞서가는 과감한 투자로 지난해 편광판 매출 1조3000억 원과 세계 시장점유율 2위를 달성했다.
산업재사업본부장인 한명호 부사장은 LG화학의 각종 경영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LG 경영관리팀장으로 있으면서 LG화학의 사업구조 전환과 구조조정을 주도했다.
이 밖에 그룹의 지주회사인 ㈜LG의 부사장급 팀장 4명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신용삼 정도경영TF팀장, 조준호 경영총괄 부사장, 정상국 그룹 홍보팀장, 인유성 비서팀장 등 4명의 부사장은 구본무 회장과 강유식 부회장을 보좌하면서 각자 맡은 분야에서 그룹 경영의 큰 그림을 그리는 핵심 브레인으로 활약하고 있다.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전문가 끌고 경영진 밀고
LG 미래 경쟁력도 ‘쑥쑥’▼
‘백우현이 돌아왔다!’
백우현 LG전자 사장은 2005년부터 미국에서 LG전자의 최고기술자문(CTA)으로 지내다 올해 1월 초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았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관련 업계에서는 LG전자 TV사업 전략에 변화가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화제가 됐다.
백 사장은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를 졸업한 뒤 퀄컴과 제너럴인스트루먼트(GI) 등에서 디지털 케이블TV의 표준이 된 ‘디지사이퍼’와 디지털 HDTV 응용시스템 개발에 참여했다. 1998년 LG전자에 합류한 이후 차세대 디지털TV 기술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그의 이름에는 ‘디지털TV의 아버지’, ‘한국 TV산업의 산 증인’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백 사장 외에도 LG에는 그룹의 경쟁력을 높이는 전문가 출신의 핵심 브레인이 적지 않다.
LG화학 기술연구원장인 유진녕 부사장도 전문가그룹을 대표하는 인물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그는 1990년대 중반 LG화학의 새로운 성장엔진으로 정보전자소재사업을 기획한 주인공으로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주목받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용 핵심 신소재를 개발해 2004년 상업화했다.
LG전자 디자인경영센터장을 맡고 있는 배원복 부사장은 지난해 휴대전화 상품기획팀장으로 일하면서 키보드 없이 손가락이나 펜 등으로 정보를 입력하는 터치스크린 휴대전화를 내놓아 휴대전화 부문 실적 향상에 큰 공을 세운 것으로 평가받는다.
LG전자 법무팀장인 권오준 부사장은 국내외 법무관리 프로세스를 새롭게 정립하고 리스크 관리를 위한 각종 시스템을 마련해 LG전자의 법무 역량을 한 계단 끌어올린 법무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