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마주보기]과대평가됐던 원화가치, ‘사필귀정’ 추락

  • 입력 2008년 4월 2일 03시 06분


《웬만한 한국 사람이면 환율에 대한 공포심이 있을 것이다. 1997년 외환위기 때 1달러에 900원대이던 원화가 불과 6개월 만에 2000원을 돌파했던 끔찍한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환율이 다시 요동을 친다. 며칠 사이 원화가 달러당 1000원 이상으로 치솟는가 하면 일본 엔화에 대해서도 5년 만에 최고치로 올랐다.》

수출업체들은 형편이 다소 좋아질지 몰라도 한국은 원유를 비롯해 주요 원자재 전량을 수입하기 때문에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기러기 아빠’들은 늘어나는 유학비 송금 걱정에 한숨만 나온다.

1971년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이 달러의 금 태환 정지를 선언한 이후 주요국 환율이 변동환율 체제로 전환되면서부터 환율은 골치 아픈 문제가 됐다.

당시 미국은 “달러는 우리 돈이지만 환율은 당신네들 문제”라고 오만(?)하게 말했지만 환율 문제에서 결코 방관자가 될 수 없음을 미국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다. 세계 경제가 요동칠 때마다 환율이 선진 7개국(G7) 회담의 주요 의제로 논의됐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환율은 어떻게 결정될까. 단기적으로는 특정 화폐에 대한 수급에 따라 결정되지만 장기적으로는 두 나라 화폐의 구매력 차에 따라 결정된다.

즉 같은 제품에 대한 각 나라의 가격을 비교해 보면 대강의 환율을 짐작할 수 있다. 전 세계에 체인점이 있는 맥도널드의 햄버거 빅맥의 가격으로 각 나라의 환율을 비교하는 소위 ‘빅맥 환율’이 대표적이다.

이렇게 구매력 측면에서 본다면 일본과 한국 사이에는 지난 몇 년간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었다. 전문가가 아닌 일반 여행객이 보기에도 일본 물가가 한국보다 싸게 바뀐 것이다. 골프비는 말할 것도 없고 음식료 가격부터 집값까지 비교 항목 대부분에서 일본이 한국보다 더 싸니 도무지 이해가 안 가는 일이었다.

일본이 아무리 장기간의 복합 불황 속에서 물가가 하락했다 해도 국민소득이 우리의 2배 이상인 부자 나라인데 물가가 우리보다 싸다면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이는 결국 엔화가 지나치게 저평가됐다는 뜻이며, 한편으론 원화가 실력에 비해 과대평가돼 있었다는 얘기다.

그래서 최근의 환율 폭등, 특히 엔화에 대한 원화 가치 하락은 적정 환율로 회귀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해석해야 한다. 돈이든, 주가든 가격이 지나치면 떨어지고 모자라면 올라가는 법이다. 시장은 정직하다.

이상진 신영투자신탁운용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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