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구, 해외건설 하실분!

  • 입력 2008년 3월 22일 03시 00분


최대호황에 인력난 심각… 업체마다 수백명씩 뽑아

GS건설 인도서 300명 채용 등 현지인력 ‘싹쓸이’

대형 건설업체인 A사는 최근 아프리카에서 28억 달러짜리 플랜트 공사를 따내려다 포기했다. 해외 공사를 맡을 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인력만 확보됐더라면 당연히 수주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건설 수주액이 사상 최고를 나타내면서 인력난이 가중되고 있다. 5년 이상 해외 공사 경력을 가진 설계, 자재조달, 영업, 현장관리 등의 인력은 품귀 상태다. 해외건설협회 김태엽 기획팀장은 “올 한 해만 해외 건설 분야의 부족 인력이 1500명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대림산업, 대우건설, GS건설, 삼성중공업, 롯데건설 등 10여 개 업체가 각각 수백 명의 해외건설 인력 채용에 나섰다.

이들은 국내에 쓸 만한 인원이 한정돼 채용 목표를 채우지 못하고 있다. 인력난이 아니라 ‘인력 파동’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일부 업체는 국내에서 인력을 구하지 못해 인도 중국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 업체마다 수백 명씩 해외 인력 모집

한국 건설업계는 지난해 해외에서 398억 달러어치 공사를 따냈다. 사상 최고였던 2006년 164억 달러의 2배를 웃도는 규모다. 올해는 1월에만 100억 달러를 수주해 월간 사상 최고를 경신했다.

최대 호황을 맞아 건설업체들은 앞 다퉈 해외 전문인력 확보에 나섰다.

대우건설은 140명을 목표로 해외 건설 인력을 채용 중이다. 대림산업 100명, GS건설 60명, 삼성중공업 100명, SK건설 70명, 롯데건설 100명 등 업체들이 국내에서 뽑으려는 인원만 1000명에 육박한다. 삼성엔지니어링은 해외 수주 증가 때문에 올해까지 3년 연속 신입과 경력을 포함해 400여 명을 채용하고 있다.

해외 분야 후발 업체의 공격적인 채용도 두드러진다.

올해부터 대규모 해외공사 수주에 나선 롯데건설은 100명을 목표로 해외 전문 인력을 뽑고 있다. 태영건설은 지난달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지사를 설립하고 해외 공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 회사는 해외 전문인력 50명을 채용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 해외 인력 싹쓸이, 외국 업체와 손잡기도

최근 한국이 수주하는 해외공사의 70%는 플랜트다. 이 때문에 플랜트 공사에 필요한 설계, 엔지니어링, 자재 조달 등의 전문 인력이 가장 달린다. D건설 관계자는 “플랜트 쪽은 경력이 조금 부족해도 뽑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해외로 눈을 돌리는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채용 대상은 주로 영어와 정보기술(IT), 설계 등 능력을 고루 갖춘 인도인.

2006년 인도에 지사를 설치한 GS건설은 현재 200명인 인도인 엔지니어를 올해 500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삼성엔지니어링, 현대건설, SK건설 등도 올해 인도에서만 각각 수백 명을 채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GS건설 관계자는 “한국 업체들이 우수 인력을 싹쓸이해 인도에서도 건설 엔지니어가 고갈될 지경”이라고 말했다.

○ 엔지니어 조기 양성 프로그램까지 등장

삼성엔지니어링, GS건설 등은 지난해부터 해외 전문인력 조기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많게는 한 번에 400명씩 신입사원을 뽑고 1년간의 강도 높은 훈련으로 해외건설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것.

업체들은 보통 2년간 이론과 실무를 가르쳐 인력을 양성해 왔다. 그러나 최근 훈련 강도를 높이는 대신 양성 기간을 1년으로 줄인 셈.

D건설 관계자는 “인력 부족을 문제 삼아 해외 발주처들이 한국 건설업체의 능력을 의심하기도 한다”며 “전문 인력 양성이 앞으로 한국 해외건설 수주의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국토해양부는 해외건설협회 등을 통해 올 한 해 2000여 명의 해외건설 인력 양성을 추진키로 했다.

이은우 기자 libra@donga.com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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