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수사 압박… 증거는 제시 안해

  • 입력 2008년 3월 6일 03시 00분


기자회견하는 사제단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소속 신부들이 5일 오후 4시 서울 노원구 상계동 수락산성당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김성호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와 이종찬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등을 삼성그룹의 금품 로비 대상자로 발표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
기자회견하는 사제단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소속 신부들이 5일 오후 4시 서울 노원구 상계동 수락산성당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김성호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와 이종찬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등을 삼성그룹의 금품 로비 대상자로 발표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
5일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5번째 기자회견이 예정된 서울 노원구 상계동 수락산성당에는 기자회견 시작 30분 전부터 100여 명의 취재진이 몰렸다.

사제단이 지난주부터 삼성 특별검사팀 수사에 불만을 토로하며 “이명박 정부 각료를 포함한 검찰 인사 등 금품 로비 대상자를 추가로 공개하겠다”고 예고한 만큼 검찰과 정치권도 이날 기자회견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명단 공개는 최소화했다”=사제단은 “삼성 비리의 핵심을 캐는 데 적합하지 않은 분들이 사정기관의 수장이 되면 앞으로 삼성 수사가 염려스럽다”며 “그래서 청문회 전에 본인들이 사퇴하는 길을 선택하게 하기 위해 (명단을) 공개했다”고 주장했다.

당초 공개 명단이 수십 명이라고 했다가 이종찬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김성호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황영기 전 우리지주은행 회장 등 3명으로 줄어든 배경에 대해선 “명단 공개를 최소화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사제단은 “추가 명단 공개는 삼성 비리(의혹 수사)의 맨 마지막에서 이루어지거나 가능하면 (추가) 명단 공개가 필요 없도록 본인들이 회개하고 자정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사제단은 또 김용철 변호사가 돈을 건넨 과정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는 기자들의 요청에 “수사과정에서 김 변호사가 설명할 문제”라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추가 폭로 배경=이날 사제단의 추가 폭로는 삼성 특검팀의 로비 의혹 수사를 압박하기 위한 수순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사제단은 지난달 27일 “이미 세 명의 로비 대상 명단을 공개했는데 아무도 소환 조사조차 하지 않는다”며 “특검이 수사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특검팀을 비난했다.

그러나 ‘명단’에 집중된 관심에 비해 추가 폭로 내용에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사제단 폭로가 수사 착수를 위한 단초가 되려면 로비를 실행한 사람과 로비의 목적, 장소 등에 대한 구체적인 단서가 나와야 하는데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사제단의 이날 추가 폭로가 4·9총선을 겨냥해 정부 여당에 타격을 가하려는 의도로 이뤄진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특검 수사 전망=그동안 특검팀의 수사가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사제단이 이날 김 국정원장 후보자에 대해서는 “김 변호사가 직접 금품을 전달한 사실도 있다”며 김 변호사를 로비 실행자로 직접 언급했기 때문이다.

검사들은 “김 변호사가 직접 로비를 했다고 주장한 만큼 김 변호사를 참고인으로 소환해 구체적인 로비 경위 등에 대한 기초 조사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사제단이 여론의 추이를 지켜보면서 추가적인 증거 자료를 특검팀에 제출한다면 특검팀의 수사가 새로운 국면을 맞을 수도 있다.

사제단 폭로에 거론된 이 민정수석, 김 원장 후보자, 황 전 회장 등이 모두 적극적으로 법적 대응 방침을 밝힌 것도 특검 수사에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사제단과 김 변호사가 이번 폭로를 구체적인 증거로 뒷받침하지 못 한다면 특검팀의 로비 수사는 또다시 제자리걸음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검찰과 특검팀 수사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아온 사제단의 신뢰에 치명적 상처를 입히는 부메랑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 안팎에서는 사제단의 추가 폭로 가능성을 주시하면서도 “사제단이 폭로를 거듭하기보다는 특검팀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할 때”라는 의견에 무게가 실려 있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 영상취재 : 서중석 동아닷컴 기자

▼“간부 인사까지 영향 미치나” 검찰 술렁▼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5일 기자회견에서 “곧 있을 검찰 간부 인사에서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 서울중앙지검장 등 핵심 보직에 삼성으로부터 자유로운 훌륭한 분들을 임명하라”고 주장했다.

고등검사장과 검사장 승진 및 전보 인사 때 ‘삼성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인사’가 임명되면 이른바 ‘떡값 검사’ 명단을 추가로 공개할 수도 있다는 ‘경고성’ 통첩으로 분석된다.

이날 사제단의 회견으로 검찰은 하루 종일 술렁였다. 특히 이번 인사에 검찰 내 핵심 보직 후보에 오른 고위 간부 인사들이 거론되면서 사제단의 추가 공개가 이어진다면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법무부는 “사제단의 주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일축했다. 이동기 수원지검장(사법시험 20회) 등 일부 간부가 이날 사표를 제출하는 등 검찰 고위간부 인사는 늦어도 7일경 단행될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부 관계자는 “김용철 변호사의 주장을 신뢰하지 않기 때문에 그의 주장을 인사에 반영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면서 “특검 수사에서 입증되면 나중에 그 결과에 따르면 된다”고 말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대부분 “사제단의 주장을 고려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 “검찰 간부 인사를 검증하는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당사자로 거론되는 만큼 사제단이 거론하는 후배 검사들이 불이익을 받아서는 안 된다” 등의 격양된 반응을 보였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