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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월 22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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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봇대 때문에 수출품 선적에 차질을 빚지 않을까 하루하루 속이 바짝 타들어갑니다.” 울산 남구 부곡동 울산 외국인 투자기업단지 내 ㈜티에스엠텍. 화학 플랜트 설비와 열교환기 제조업체인 이 회사의 이문찬 전무는 21일 회사 옆 도로를 수심이 가득한 얼굴로 내려다보았다. 도로변의 전봇대(9개)와 통신 케이블함(4개) 때문이다. 울산공장을 완공한 2004년부터 전봇대와 통신 케이블함 지중화를 울산시와 한국전력 등에 거듭 요구했지만 3년 10개월째 해결되지 않고 있다.》
○ 육상운송 난감
총매출액(지난해 기준 1500억 원)의 60∼70%가 수출품인 이 회사는 바다와 가깝고 “기업 하기 좋은 여건을 만들어주겠다”는 울산시의 권유로 경기 시화공단에서 2004년 3월 이곳으로 이전했다.
지난해 1월에는 일본 히타치(日立)사와 벨기에 코크(COKE)사를 제치고 중국 샤먼(廈門) 시의 한 화학회사로부터 화학원료 반응기 4기를 수주했다. 기당 가격이 80억∼100억 원인 반응기는 지름 10m, 길이 18.5m, 무게 476t에 이르는 대형 설비다.
이 회사는 반응기를 울산공장에서 제작한 뒤 약 7km 떨어진 울산항을 통해 중국으로 보낼 계획이다.
회사 앞 도로의 폭은 9m. 도로 양 옆에 있는 폭 2m 안팎의 인도를 이용한다면 반응기의 운송이 가능하다.
하지만 문제는 인도와 차도 사이에 설치된 전봇대와 통신 케이블함이 인도의 사용을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다.
또 도로를 가로질러 인근 공단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15만4000V의 전선이 12m 높이에 연결돼 있는 것도 운송을 막는 장애물이다. 도로 높이가 최소한 14m는 돼야 반응기 운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 “우리 소관 아니다”
이에 따라 이 회사는 2004년 8월 높이 4m, 길이 72m의 대형 화학설비를 육상운송하기 위해 전선을 절단하고 도로 중앙분리대를 철거했다 다시 설치했다. 당시 들어간 비용은 3000여만 원.
이 산업단지(총면적 18만여 m²)는 울산시가 396억 원을 들여 2003년 8월 조성했지만 이 회사의 전봇대와 케이블함 지중화 요구에 “전봇대는 한전이, 통신 케이블함은 통신회사 소관”이라며 시는 책임을 떠넘겼다.
이에 한전은 “현행 전기사업법(제72조)에 따라 전기설비 이설은 원인자 부담이 원칙”이라고 밝혔다.
한전은 최근 “지방자치단체가 사업비의 절반을 부담하면 전선 지중화 사업을 8월 말까지 완료하겠다”고 울산시에 통보했다.
울산석유화학공단 내 한 기업체 간부는 “기업 활동의 기본인 물류 문제조차 제대로 해결해 주지 못하면서 어떻게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한다고 말하는지 모르겠다”며 “해당 기관 간의 책임 떠넘기기로 기업에 엄청난 피해를 주는 사례부터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울산=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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