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8년 1월 2일 02시 52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매년 말 유럽 큰 도시의 특급호텔에서는 금융회사들이 ‘부자 고객’들을 위해 마련한 재테크 세미나가 많이 열린다.
금융회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략 30억 원 이상 맡기는 고객을 부자 고객으로 분류한다. 최근에는 100억 원 이상 맡긴 고객에게 차별화된 서비스를 하는 곳도 있고, 1000억 원 이상 맡긴 고객에게는 부동산 세무 상속 등에 대한 프리미엄 서비스도 제공한다.
올해 세계적인 금융회사들이 부자 고객에게 제시하는 투자 방향은 크게 3가지로 분석된다.
첫째, 시장 상황에 관계없이 일정한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 상품을 권한다. 대표적인 것이 ‘헤지펀드’ 또는 금융공학을 이용한 ‘구조화 상품’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로 올해도 국제 금융시장의 향방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높은 수익보다는 적정 수익을 안정적으로 낼 수 있는 상품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지난해 미국에서는 헤지펀드 수탁액이 사상 최대 규모로 증가했으며 올해도 이런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둘째, 새 투자대상에 관심을 가질 것을 제안한다. 원유 금 은 등 지난해 큰 수익을 낸 실물자산 외에 곡물과 새 에너지원에 대한 투자가 활성화하고 있다. 자원 가격이 계속 올라가면서 각 나라가 ‘국부(國富) 펀드’를 통해 자원을 다른 나라에 앞서 차지하려는 시도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셋째, 신흥 시장에 관심을 가질 것을 주문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이미 중국 등에 대한 과도한 투자로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서구에서는 신흥개발국가(이머징 마켓)에 대한 투자가 말 그대로 ‘떠오르는(Emerging)’ 수준에 불과하다. 최근 몇 년간 이머징 마켓에서 자본시장이 급속히 성장하고 투자 성공 사례가 늘어나면서 서양의 부자들도 이들 시장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아직까지 한국 사회에는 부자들을 위한 특별한 서비스에 대해 거부감이 남아 있다. 또 이런 서비스를 제대로 준비한 금융회사도 많지 않다. 하지만 국경을 넘나들며 투자하는 부자 고객들을 위한 특별한 서비스 개발 경쟁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를 이루고 있다. 자산관리시장의 성장 속도를 볼 때 머지않아 한국에서도 세계적 수준의 재테크를 맛볼 날이 올 것으로 보인다.
백경호 우리CS자산운용 사장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