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표로 보는 2008 한국경제

  • 입력 2008년 1월 1일 02시 58분


건설투자 ‘두근두근’ 물가압박 ‘조마조마’

《서울 양천구 목동에 사는 주부 양금옥(49) 씨는 올해 가계부를 쓸 일이 걱정이다. 경기 부천시에 있는 중소기업에 다니는 남편의 월급은 몇 년째 제자리걸음인데 물가는 오른다고 하니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다. 게다가 작년 초 대학을 졸업한 큰딸은 ‘취업 삼수생’이 될 처지이고 올해는 전세 계약도 연장해야 한다. 양 씨는 “새 정부가 들어서면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고들 하는데 매번 그런 말을 들어 이제는 반신반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각 경제연구기관의 분석을 통해 올해 양 씨 가족의 살림살이가 어떨지 미리 가늠해 본다. 물론 이명박 정부의 ‘경제 살리기’가 효과를 거둔다면 상황은 이보다 다소 호전될 가능성도 있다.》




그간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아 왔던 내수가 회복되면서 체감경기는 다소 나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민간소비 증가율은 지난해(4.3∼4.4% 추정)보다 소폭 상승한 4.5% 안팎으로 예상된다.

양 씨 남편처럼 신발이나 가전제품에 들어가는 고무 소재를 생산하는 기업으로서는 희소식이다.

LG경제연구원은 “지난해 기업실적이 좋아졌기 때문에 올해 임금인상률은 6%대 중반에 이를 것으로 보여 소비 회복이 가시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설비투자가 다소 늘어나고 건설투자도 비(非)주거용 건설과 토목 부문이 호조를 보이면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적극적인 경기 활성화 대책을 기대하는 ‘신(新)정부 효과’가 내수를 살리는 지렛대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1분기(1∼3월) 4.0%를 시작으로 2분기(4∼6월) 5.0%, 3분기(7∼9월) 5.2%로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를 보였다. 특히 3분기 성장률은 2006년 1분기(6.3%) 이후 가장 높다.

주요 경제연구기관들은 올해 상반기에도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하반기부터는 대외 악재가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하면서 성장세가 한풀 꺾이는 ‘상고하저’식 경기 양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새해 성장률을 지난해(4%대 후반)와 비슷한 4.7∼5.1%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주택시장 침체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를 심화시키거나 금융시장의 불안이 가중되면 성장률이 둔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올해 새로 늘어나는 일자리가 31만 개 안팎으로 지난해(29만 개)보다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실업률은 2006년 3.5%에서 지난해 3.3%(추정치), 올해는 3.2% 안팎으로 완만하게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경기에 후행하는 고용시장의 특성상 상반기보다는 하반기에 실업률 하락 현상이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고용의 질도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1∼11월 전체 취업자는 월평균 28만3000명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임금근로자는 42만3000명 증가했다. 올해도 자영업자 중심의 비(非)임금근로자(자영업주+무급가족종사자)가 줄고 임금근로자는 늘어나는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국은행이 예상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2.5% 추정)보다 크게 높아진 3.3%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04년 3.6%를 나타낸 뒤 줄곧 2%대에 머물렀지만 올해는 해외 요인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상당히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이는 유가 상승으로 유류 제품 값이 뛰는 데다 중국발(發) 인플레이션이 시차를 두고 국내로 파급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국의 소비재 수입 가운데 대(對)중국 의존도는 36%에 이른다.

더욱이 상하수도 요금이나 고등학교 수업료 등 공공요금은 물론 밀가루 값 등 서민 생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생필품 값도 오를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미국 등 선진국 경기가 다소 부진할 것으로 보여 수출 증가세가 꺾일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최근 수출 지역이 다변화돼 개발도상국과의 교역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수출 증가율은 두 자릿수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수입은 고(高)유가와 경제성장률 상승으로 수출보다 빠르게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하다. 해외유학이나 해외여행 수요가 여전히 많아 서비스수지 적자폭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올해 경상수지는 적자로 돌아설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시중금리는 작년에 이어 계속 오를 것으로 보인다. 3년 만기 회사채 수익률을 기준으로 삼성경제연구소는 연평균 6.0%, LG경제연구원와 한국경제연구원은 6.5%를 전망하고 있다. 물가상승에 따라 한국은행이 통화긴축 정책을 펼 가능성이 높고 시중은행들이 자금 조달을 위해 양도성예금증서(CD)나 은행채 발행을 늘리면서 단기금리 상승세도 예상된다. 달러당 원화 환율은 달러화 약세가 지속되면서 소폭 떨어질(원화가치 강세)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유로화나 위안화, 엔화에 대한 환율은 오를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시장은 새 정부가 각종 규제를 완화할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퍼지면서 벌써부터 들썩일 조짐이다. 휘발성이 강한 서울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값은 최근 3주 연속 올랐다. 이에 따라 새 정부가 집값 상승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정책 의지를 확고히 보여 주지 않는 한 부동산 시장은 당분간 동요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전세금은 내년에 서울을 중심으로 신규 입주 아파트가 많아 안정될 것으로 보이지만 재건축·재개발 예정지역은 이주 수요로 인해 지역에 따라 오를 가능성이 높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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