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길라잡이]불안한 내년 증시… 그러나 실망은 금물

  • 입력 2007년 12월 29일 03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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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한국 주식시장은 결과적으로 황금돼지해라는 명색에 걸맞은 수익을 안겨줬다. 세계적으로 열 번째로 높은 수익률을 보였을 뿐 아니라 부동산, 예금적금, 채권 등 모든 대체 투자자산의 수익률을 제치고 있다. 그러면 사흘 뒤로 다가온 2008년에도 국내 주식 투자를 통해 이러한 고수익을 얻을 수 있을까? 섭섭하지만 그럴 확률은 크지 않은 것 같다. 그저 채권 금리를 조금 상회하는 수준의 수익에 만족해야 할 듯하다.

흔히 2008년에 예상되는 부정적 증시 여건으로 미국의 신용 경색과 경기 침체, 중국 물가 불안, 고유가 등을 들고 있다. 그러나 이런 이유들 때문에 내년 시장이 비관적인 것은 아니다. 곰곰이 따져 보면 이런 변수들은 별 새삼스러운 것들이 아니고, 2007년 초부터 이미 현실화되어 주가 반영이 어느 정도 이루어진 것들이다. 오히려 놀라운 사실은 그 과정에서 우리 시장을 포함한 세계 증시가 사상 초유의 5년 연속 강세장을 기록했다는 것이다.

2008년 주가 상승 속도가 떨어질 것으로 보는 진짜 이유는 아주 단순한 데 있다. 첫째, 2007년 주가 수익률은 32%(배당 수익 미포함)로 지난 10년간 평균 17%, 지난 5년간 평균 24%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높았다. 웬만한 초대형 호재들이 줄을 잇지 않는 이상 이러한 고수익이 내년에도 계속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시장 분석에서는 이걸 ‘평균 회귀 현상’이라 하는데, 현재 예상되는 증시 여건으로 보면 내년 수익률은 과거 평균보다 크게 낮추어 잡는 것이 합리적이다.

둘째, 지난 5년간 해외 시장 대비 훨씬 높은 주가 상승으로 인해 국내 주식의 저가 매력이 많이 줄어들었다. 누구나 얘기하던 소위 ‘싼 맛’이 없어졌다. 물론 여전히 저평가돼 있기는 하지만 과거와 같이 눈이 튀어나올 정도는 아니어서 주가의 제값 찾기에 따른 상승 여력은 크지 않다.

연간 수익률이 낮아진다고 해서 꼭 실망스러운 것만은 아니다. 그만큼 변동성도 적어진다.

해외 주가의 등락에 따라 더 큰 폭으로 출렁대던 현상이 잦아지면서, 우리는 약간의 수익을 내놓는 대신 안정성이라는 반대급부를 얻게 되는 것이다. 온탕과 냉탕을 즐기는 투기자가 아니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하는 투자자에게는 더 바람직한 시장이다.

강성모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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