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다시 살린 ‘세계의 동그라미’

  • 입력 2007년 12월 17일 03시 02분


코멘트
MP3 플레이어 제조업체 레인콤, 신제품 ‘M’으로 재기

빅히트 ‘아이리버’ 되레 발목… ‘관성파괴 디자인’ 대박

《MP3 플레이어 제조업체인 레인콤이 미키마우스 모양의 신제품 ‘엠(M)플레이어’로 힘찬 부활의 날갯짓을 시작했다. 레인콤은 2001년 ‘아이리버’를 선보이면서 국내 MP3 플레이어 시장에 혜성처럼 등장한 중견 기업. 이노디자인 김영세 사장의 디자인을 채택한 아이리버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레인콤은 2004년 매출 4540억 원, 영업이익 511억 원의 실적을 내는 등 한동안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2005년부터 미국 애플의 MP3 플레이어 ‘아이팟’ 인기에 밀리면서 실적이 곤두박질치더니 지난해 매출액 1496억 원에 544억 원 적자를 내고 만다. 》

레인콤이 절치부심하면서 내놓은 신제품이 미키마우스 디자인의 엠플레이어.

지름 3cm의 얼굴 동그라미, 지름 1cm의 귀 모양 동그라미로 이뤄진 엠플레이어는 올해 들어 이달 10일까지 34만9000대를 판매하는 히트상품이 됐다. 올해 국내에서 팔린 MP3 플레이어 중 1위다. 레인콤 관계자들은 “3개의 동그라미는 레인콤의 재기와 희망의 상징이 됐다”고 말했다.

엠플레이어는 최근 독일 iF디자인어워드 등 세계 유수의 디자인대회에서 입상한 데 힘입어 해외 30개국으로의 수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레인콤의 부활은 디자인을 중시한 감성 경영에서 시작됐다. 무엇보다 김영세 사장의 그늘에서 벗어나는 것이 시급한 과제였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엠플레이어는 ‘아이리버=김영세’라는 공식을 깨려는 디자인 차별화 작업의 첫 번째 작품이라는 것이다.

이 회사 디자인팀을 이끈 유영규 디자인총괄 이사는 “기존 디자인과의 단절을 각오하고서라도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MP3 플레이어를 전자제품이 아닌 액세서리로 여기면서 새로운 디자인을 시도했고 여기서 탄생한 것이 엠플레이어”라고 말했다.

엠플레이어를 ‘같이 있고 싶은 친구’로 만들기 위해 디자인 전 과정에서 의인화 작업을 시도했다는 설명이다.

레인콤 디자인팀에는 나이키 본사에서 유일한 동양인 디자이너로 활동한 유 이사 등 쟁쟁한 실력파 디자이너들도 있었지만 특유의 열정으로 뭉친 디자인 비전공자도 적지 않았다.

이상일 콘셉트 기획팀장은 영화 편집을 하다가 디자인 세계에 발을 들여놓았고 최다인 대리는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뒤 뒤늦게 디자인을 공부했다고 한다.

한 대기업에서 6년간 프로그래밍을 하면서 야간대학원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김현식 차장은 “디자인팀의 열정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유 이사는 “미국의 애플과 같이 자연스러운 디자인을 실현하는 것이 우리 팀의 궁극적 목표”라고 말했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