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중 별세 강권석 기업은행장의 ‘마지막 편지’

  • 입력 2007년 12월 1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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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적 사고와 부정적 사고는 생사 가를 정도의 큰 차이”

강권석(사진) 기업은행장이 30일 지병인 편도종양 악화로 별세했다. 향년 57세.

기업은행장 가운데 처음으로 올해 3월 연임에 성공한 고인은 4월부터 편도종양 치료를 받아 왔으며 최근 증세가 악화돼 지난달 24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 병원에 입원했다.

은행연합회는 “은행장이 임기 중 별세한 것은 처음인 것 같다”고 밝혔다.

행정고시 14회 출신인 고인은 옛 재무부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한 뒤 금융감독위원회 증권선물위원과 금융감독원 부원장 등을 거쳐 2004년 3월부터 기업은행 행장으로 일해 왔다.

그는 취임 당시 75조 원 수준이던 기업은행의 자산규모를 9월 말 현재 123조 원으로 끌어올렸다.

한편 고인이 별세 나흘 전인 지난달 26일 사내(社內) 인트라넷을 통해 직원들에게 보낸 마지막 ‘CEO 편지’가 공교롭게 ‘죽음’을 소재로 한 것이어서 눈길을 끌고 있다.

그는 “미국의 어느 철도회사 정비공이 하루는 고장 난 냉동열차를 수리하다가 그만 열차 안에 갇히고 말았다”며 “그는 냉동열차 안에서 점점 춥다고 느끼다가 결국 얼어 죽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열차는 냉동 기능이 고장 난 열차였다”고 소개했다.

이어 “긍정적 사고는 사람을 활기차고 의욕적으로 만들지만 부정적 사고는 자기 자신을 쇠약하게 하고 매사를 어렵게 만든다”며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과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은 생사(生死)를 갈라놓을 정도로 차이가 많다”고 덧붙였다.

고인은 노모가 2004년 97세의 고령으로 별세한 뒤에도 모친 얘기만 나오면 눈시울을 붉힐 정도로 효심이 깊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조만간 인사추천위원회를 거쳐 후임 행장을 임명할 예정이며 그때까지 은행장 직무대행은 이경준 수석부행장이 맡는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됐으며 장례는 회사장(기업은행장)으로 치러진다. 유족으로는 부인 민선희(55) 씨와 두 딸이 있다. 발인은 3일 오전 7시. 02-3010-2631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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