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초저가차 개발-중국 인도 현지판매 고민

  • 입력 2007년 1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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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자니…

고급브랜드 전략에 차질…판매마진도 쥐꼬리 예상

말자니…

작년 브릭스서 팔린 차…3대 중 1대는 초저가차

‘초저가(超低價)차 시장에 들어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이 대당 400만∼500만 원대의 초저가차 개발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초저가차는 중국 인도 러시아 브라질 등 브릭스(BRICs)로 대표되는 개발도상국에서 수요가 해마다 급증하고 있어 현대차그룹으로서는 결코 외면하기 힘든 시장이다.

하지만 고급 브랜드 전략을 추구해 온 현대차그룹이 안전이나 성능면에서 떨어지는 저가차를 만들면 지금껏 쌓아온 이미지에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는 점이 고민거리다.

이 때문에 현대차그룹은 연초 초저가차 연구개발에 들어간 상태지만 회사 안팎의 부정적인 의견으로 개발 시기가 늦춰질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시곗바늘을 거꾸로 돌린 세계 자동차업계

지난해 브릭스에서 팔린 자동차는 1351만 대. 최대 시장인 미국(1655만 대)과 유럽(1462만 대)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이들 브릭스 지역에서 팔린 자동차 가운데 초저가차는 478만 대로 3분의 1에 이른다.

여기에 고유가로 인해 초저가차 수요는 해마다 평균 10%씩 늘어 5년 뒤에는 865만 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럭셔리’ ‘프리미엄’ 등 이른바 명품을 지향해 온 세계 자동차 회사들이 초저가차 개발에 앞 다퉈 나서고 있는 이유다.

특히 프랑스의 르노가 대당 7000달러짜리(약 630만 원) ‘로간’을 지난해 10만4500대나 팔며 크게 히트하자 경쟁업체들의 발걸음은 더욱 바빠졌다.

닛산이 2010년까지 7000달러짜리 차를 내놓기로 한 데 이어 인도의 3륜차 회사인 바자이와 3000달러짜리 차 개발도 합의했다.

또 크라이슬러는 중국 체리자동차와 합작해 초저가차를 개발하기로 했고, 혼다와 도요타는 각각 500만 원대, 400만 원대의 배기량 1000cc 이하 모델을 개발 중이다.

○고민에 빠진 현대차

현대차그룹도 중국과 인도에서 400만∼500만 원대 초저가차 개발 계획을 발표하고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현대차로서는 ‘폭증하는 개도국의 자동차 수요’도 욕심나지만, 저가차 개발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아 고심하고 있다.

가장 우려되는 대목은 초저가차의 마진.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1000cc 이하 소형차인 혼다의 ‘피트’와 도요타의 ‘야리스’는 대당 판매마진이 2∼3%(약 300달러)에 불과한데, 초저가차의 마진은 이보다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 자동차 가격을 낮추려면 자동차 부품을 싸게 조달할 수 있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춰야 하는데 현대차그룹은 도요타, 크라이슬러처럼 글로벌 소싱 능력이 뒤처진다는 점도 문제다. 개도국의 초저가차 수요가 소비 수준이 높아지면서 서서히 둔화될 것이라는 점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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