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카페]경제용어 제대로 쓰고 있나요?

  • 입력 2007년 11월 19일 03시 08분


《가령 100에서 300으로 바뀌면‘3배로’늘어난 것이지‘3배’ 늘어난 게 아닙니다.비율이 3%에서 5%로 높아진 것은‘2% 상승’한 게 아니라 ‘2%포인트 상승’했다고 해야죠.

‘서울과 수도권’이라는 말도 사실은 잘못된 것입니다. 왜 그럴까요?》

‘근로소득자 중 과세표준 8000만 원 이상인 납세자는 1996년에는 7000명 수준이었지만 2005년에는 5만3000명으로 1996년의 약 7.5배나 됐다.’(본보 7일자 B2면 보도)

과세표준 8000만 원 이상의 고소득 근로자가 2005년에 1996년의 7.5배로 늘었다는 동아일보의 최근 기사입니다.

그런데 이날 다른 상당수 언론은 ‘2005년 고소득 근로자가 1996년보다 7.5배 증가했다’고 보도했습니다. ‘7.5배로 늘었다’와 ‘7.5배 늘었다’는 도대체 무슨 차이일까요.

계산기를 두드려 보면 5만3000은 7000의 약 7.5배입니다. 그러므로 ‘7.5배로 늘었다’고 하거나 ‘7.5배가 됐다’고 해야지, ‘7.5배 늘었다’는 것은 틀린 보도입니다. 가령 100에서 300으로 바뀌면 3배로 늘어난 것이지, 3배 늘어난 것이 아닙니다.

경제 기사에는 숫자나 전문용어가 많이 등장합니다. 그 과정에서 경제에 관해 상당한 지식을 지닌 정부관료, 학자, 기업인, 경제기자들도 잘못 사용하는 표현이 적지 않습니다.

다른 예를 볼까요.

달러당 원화 환율이 1000원에서 800원이 되면 원화 환율은 하락하는 반면 원화 가치는 상승합니다. 우리 환율의 경우 대부분 주요국 통화와 비교할 때 환율과 통화가치는 반대로 움직입니다. 그런데도 과거 일부 경제부총리조차 종종 “원화 환율이 절상됐다”고 말하곤 했습니다. ‘(평가)절하’ 또는 ‘(평가)절상’이란 표현은 통화 가치에 적용되는 용어인데 이렇게 하면 도대체 환율이 올랐다는 것인지, 내렸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는 것이죠.

일본의 ‘닛케이평균주가’도 ‘닛케이지수’로 잘못 쓰는 사례가 많습니다. 일본에는 닛케이지수란 것이 없습니다. 흔히 TOPIX라고 하는 도쇼(東證)주가지수는 지수 개념이지만 닛케이평균주가는 주가(株價)를 의미하기 때문에 가격의 단위도 ‘엔’을 쓰죠.

‘서울과 수도권’ 역시 자주 잘못 쓰이는 말입니다. 한국의 수도권은 서울, 인천, 경기 지역을 포함하므로 서울도 수도권의 일부입니다. 따라서 서울 등 수도권이라고 하거나, 인천과 경기만 표현할 때는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이라고 해야겠죠.

이 밖에 비율이 3%에서 5%로 높아졌는데 ‘2% 상승했다’고 쓰는 경우도 잘못된 사례입니다. 이때는 ‘2%포인트 상승했다’고 해야 올바른 표현입니다.

어때요? 혹시 안 그래도 어려운 경제 기사가 더 어려워졌나요. 그래도 힘을 내세요. 용어 정의를 정확히 알고 논리적으로만 잘 따져 본다면 경제 기사도 그리 어려울 것 없답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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