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걷히는 신협…맞춤 서비스로 ‘햇살’

  • 입력 2007년 11월 13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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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협의 이색 상품

치과의사엔 3억 신용 대출

고가 진료장비 공동구매도

천주교 신자 ‘성지순례 적금’

‘살 빼면 추가 금리’ 예금까지

치과의사만을 위한 대출, 성지순례를 위한 적금, 체중 감량 시 추가금리 혜택을 주는 예금….

외환위기 당시 방만한 경영과 임직원 횡령 등으로 부실 위험에 빠졌던 신용협동조합(신협)이 최근 틈새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내놓은 상품들이다.

이처럼 신협은 갈수록 치열해지는 금융권 경쟁 속에서 조합원들에게 맞춤형 금융서비스를 제공해 활로를 찾고 있다.

○조합원 구미 맞는 금융상품으로 승부

전국 13개 치과의사신협에 가입한 2만2000여 명의 치과의사들은 신용만으로 최고 3억 원까지 돈을 빌릴 수 있다.

서울치과의사신협의 경우 대출금리는 연 7.6∼8.0%, 예금금리는 1년 만기 정기예금이 연 5.5%로 시중은행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대출 가능 금액이 많고 기간이 최장 5년으로 길다는 것이 장점이다.

또 조합원들은 고가(高價)의 의료 기자재를 공동구매를 통해 싸게 살 수 있는데 할인 폭이 최대 30%에 이른다.

일정 기간 돈을 모아 해외여행을 떠나는 여행적금도 인기다.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신협은 여행적금에 연 5.0%를 주는데 만기는 일본 중국이 1년, 호주 뉴질랜드는 2년이다. 3분의 1 이상 돈을 낸 뒤 여행을 떠나면 연 5.0%로 남은 금액 내에서 여행자금도 빌려준다.

제주도의 보목신협은 감귤농장을 운영하는 조합원을 위해 농한기 여행 적금을 판매하고 있으며 조합원 중 천주교인이 많은 인천 부평대건신협은 ‘해외성지순례적금’을 최근 선보였다.

조합에 따라 금리 우대 조건도 다양하다. 충북 청주의 남청주신협은 체중을 1kg 줄일 때마다 0.18%포인트의 추가금리를 주는 정기예금을 내놓았으며 경기 김포시 양곡신협은 자녀들의 성적에 따라 금리를 최고 1.0%포인트 얹어준다.

신협이 맞춤형 금융상품을 선보일 수 있는 것은 조합이 지역, 직장, 단체별로 세분돼 조합원들의 공통된 관심사나 이해관계를 쉽게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10월 말 현재 전국에는 1011개의 신협이 있다.

○수익 나면 배당, 5000만 원까지 예금자 보호

독립법인인 각 조합은 예금을 받아 대출해 준 뒤 남는 돈을 직접 운용하거나 중앙회에 위탁해 수익을 낸다. 수익은 조합원 복지를 위해 사용하거나 배당 형태로 다시 조합원들에게 돌려준다.

신협중앙회에서 5000만 원까지 예금자 보호를 해 주기 때문에 안전성도 확보했다.

지난해까지 자산운용에 대한 전문성 부족 등으로 중앙회가 공적자금을 지원받는 등 진통도 겪었지만 올해는 주식시장 호황에 힘입어 9월 말까지 중앙회는 2511억 원, 전체 신협은 1533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이성희 신협중앙회 관리본부장은 “신협의 목표는 조합원의 경제적 사회적 지위를 향상시키는 것”이라며 “성장성과 수익성, 건전성이 개선된 만큼 조합원이 원하는 것을 찾아 제공하는 맞춤형 서비스를 더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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