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브랜드로 옷 갈아입는 ‘패션 1번지’

  • 입력 2007년 10월 24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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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 유명 메이커 ‘플래그숍’ 속속 오픈… 국내업체들도 매장 새 단장 경쟁 채비



서울 중구 명동 중앙우체국 청사 뒤편 의류잡화전문점 ‘명동의류’ 터.

1975년 이후 30년 넘게 명동을 상징하는 ‘패션 1번지’로 군림해 오던 명동의류가 8월 문을 닫고, 대신 그 자리에는 일본 패션브랜드 ‘유니클로(UNIQLO)’의 명동점 신축공사가 한창이다.

최근 명동 상권(商圈)에 글로벌 패션브랜드들의 플래그숍(Flag shop·시범 점포)이 속속 등장하면서 명동이 글로벌 패션상권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에 맞서 국내 패션브랜드들도 기존 명동 매장을 새롭게 단장하거나 확장공사를 하고 있다.

○ 글로벌 패션브랜드 명동에 집결

23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스페인 패션브랜드 ‘자라(ZARA)’가 명동 중앙로에 있는 명동타워 내에 국내 가두매장 1호점을 낼 것으로 알려졌다. 약 991.74m²(300평), 2개 층으로 명동 상권 내에서 단일 브랜드로는 가장 큰 규모다.

이에 앞서 미국 패션브랜드 ‘갭(GAP)’은 8월 명동 캘리포니아피트니스센터 건너편에 지상 3층, 약 661m²(200평) 규모로 매장을 열었다. 갭을 수입하는 신세계인터내셔널 조인영 마케팅팀장은 “1호점으로 명동을 제외한 다른 곳은 생각하지 않았다”며 “백화점 상권과 맞닿아 있지만 플래그숍 이미지를 살려 백화점에는 없는 다양한 상품으로 매장을 구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패션브랜드들이 명동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하루 유동 인구 150만 명의 명동이 국내 패션시장을 가늠할 수 있는 ‘테스트 마켓’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자라, 갭, 유니클로 모두 소비자의 수요를 제때 파악해 소량의 다양한 상품을 신속하게 시장에 내놓는 브랜드들이다.

○ ‘남성고객을 잡아라’

국내 패션업체들도 남성 캐주얼 브랜드 중심으로 명동점포를 새롭게 단장하고 있다. 여성들이 주로 백화점 의류를 구입하는 데 반해 남성들은 걸으면서 편하게 구입할 수 있는 길거리 점포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LG패션의 남성 캐주얼 브랜드 ‘헤지스’는 지난달 아바타 쇼핑몰 건너편에 약 330m²(100평) 규모로 단독 매장을 열었다.

금강제화는 남성고객 비중이 높은 ‘랜드로바’의 명동점포를 2층에서 4층으로 증축하고 매장 콘셉트도 15년 만에 바꿔 12월에 다시 열 계획이다. 랜드로바 명동점은 전국 매출 1위 점포다.

제일모직의 ‘후부’는 최근 재개장한 명동점 매장 디자인을 일본의 유명 건축가인 오카베 슈조(岡部修三) 씨에게 의뢰했다. 브랜드를 기존 힙합 이미지에서 모던한 캐주얼의류 브랜드로 새롭게 단장하면서 모더니즘을 추구하는 오카베 씨의 디자인이 제격이라고 판단했던 것.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도 지난달 기존 매장보다 규모를 2배로 늘려 콘셉트숍 ‘하트 오프 서울’을 명동 중앙로 인근에 열었다. 과거 중장년층에 한정돼 있던 등산 인구가 20, 30대 젊은 층으로 확산되면서 명동 상권에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서다.

LG패션 길거리 매장 담당인 정병운 과장은 “명동 상권은 가두점포 예비 창업자에게 일종의 ‘안테나숍’ 역할을 해 브랜드 선전 효과도 크다”고 말했다.

:플래그숍(Flag shop):

글로벌 기업들이 자사 브랜드를 본격적으로 진출시키기 전에 현지 선호도를 알아보기 위해 세운 테스트 숍을 일컫는 말이다. 플래그십 스토어(flagship store)라고도 한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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