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보험 “다시 한 판 붙자”

  • 입력 2007년 10월 18일 20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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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4월 시행 예정인 '4단계 방카쉬랑스'를 놓고 보험업계와 은행업계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은행에서 보험 상품을 파는 방카쉬랑스는 2003년 8월 장기 저축성보험과 연금보험 등을 은행에서 판매하는 1단계로 시작됐다. 이어 △건강보험과 상해보험 등 순수 보장성보험을 포함시킨 2단계(2005년 4월) △만기 환급형 보장성보험을 포함시킨 3단계(2006년 10월)를 거쳐 자동차보험과 종신보험, 치명적 질병(CI)보험 등을 판매하는 4단계가 보험업법 시행령에 따라 예정돼 있다.

하지만 보험업계는 전문성이 요구되는 자동차보험과 보장성보험을 은행에서 판매하면 소비자 피해가 커질 수 있고 보험설계사들이 대거 실직할 우려가 크다며 반대하고 있다.

최근 한나라당 안택수 의원 등이 보험업계의 의견을 반영해 방카쉬랑스 시행을 취소하는 내용의 보험업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자 은행업계도 "더 이상 가만있을 수 없다"며 적극 대응에 나섰다.

은행연합회가 18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험업계의 주장을 반박하자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도 곧바로 은행들의 논리를 공박하는 자료를 냈다.

●은행업계, "금융소비자 편익 증대"

국내 방카쉬랑스는 당초 1단계와 2단계를 거쳐 올 4월 은행이 모든 보험 상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완전 도입'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2005년 당시 보험업계가 거세게 반발하는 바람에 추진 일정이 조정돼 3단계와 4단계로 나뉘게 됐다.

은행연합회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4단계 방카쉬랑스를 반대하는 보험업계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생명보험회사들은 복잡한 보험 내용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판매하는 '방카쉬랑스 불완전 판매' 비율이 12.61%라고 주장하지만 은행연합회가 지난해 품질보증 해지와 민원 해지 건수를 기준으로 산출한 자체 조사에 따르면 0.85%에 불과하다는 것.

은행들이 대출을 조건으로 보험 상품을 강요하는 '꺾기'가 횡행할 것이란 주장에 대해서는 "대출 후 일정기간 방카쉬랑스 판매를 제한하고 있다"고 일축했다. 은행에서 자유롭게 보험에 가입할 수 있으면 소비자들의 '원 스톱 금융쇼핑'이 가능해진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보험업계, "은행의 강압 판매 심화"

보험업계는 은행연합회의 논리에 대해 "소비자의 보험 청약 철회도 상품에 대한 부실 설명 때문"이라며 "연합회 측은 청약 철회를 불완전 판매에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또 "은행은 '꺾기'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하지만 중소 자영업자들은 은행 대출 등 거래 관계로 인해 은행의 강압적 요구를 거절하기 힘든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은행연합회 측은 "이미 한 차례 방카쉬랑스 시기를 늦춘 적이 있는데 이번에 또 백지화하면 정책의 일관성이 훼손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보험업계 관계자는 "은행에서 파는 보험 영역이 넓어지면 은행의 강압 판매가 확대될 수밖에 없다"며 "4단계 방카쉬랑스 시행 철회를 반드시 관철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선미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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