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기업 구조조정팀 “죽어도 살린다”

  • 입력 2007년 10월 5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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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은행 여신관리부 기업구조조정팀. 33명의 멤버 가운데 사령탑 역할을 하는 전중규 상무(가운데)와 일부 직원이 모여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사진 제공 외환은행
외환은행 여신관리부 기업구조조정팀. 33명의 멤버 가운데 사령탑 역할을 하는 전중규 상무(가운데)와 일부 직원이 모여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사진 제공 외환은행
“상무님! ‘큐캐피털파트너스 컨소시엄’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됐습니다.”

지난달 12일 플랜트 제조업체인 대경기계기술의 인수 우선협상자가 온세통신 국민연금 등으로 이뤄진 큐캐피털파트너스 컨소시엄으로 결정되자 외환은행 여신관리부 권강원 기업구조조정팀장은 담당 임원인 전중규 상무에게 전화로 ‘낭보’를 보고했다.

부실기업을 우량기업으로 거듭나게 하기 위해 2년 반 동안 쏟은 노력이 결실을 보는 순간이었다.

○망하는 기업 되살려 2000억 원 매각 차익

대경기계기술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간 건 2005년 4월.

무분별한 투자로 유동성이 부족해진 것 외에 회사 자체에는 구조적인 결함이 없다고 판단한 외환은행 기업구조조정팀은 세 차례에 걸쳐 617억 원을 긴급 지원해 유동성 문제를 풀었다. 이어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하고 인원 구조조정 없이 인센티브제 도입과 급여 인상으로 직원들의 사기를 북돋운 뒤 방만한 사업을 정리해 나갔다.

워크아웃이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2005년 매출 1327억 원, 당기순손실 645억 원이던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 1780억 원, 당기순이익 83억 원의 실적을 냈다. 주가도 워크아웃 전 6360원에서 9월 말 현재 4만7750원으로 뛰었다.

워크아웃에 들어갈 당시 채권단이 185억 원의 채권을 주당 5000원에 출자전환해 확보한 주식은 총 370만 주(지분 67.59%). 19일 당초 예상대로 주당 6만 원에 본계약을 체결한다면 채권단이 얻게 될 매각 차익은 외환은행의 957억 원을 포함해 2076억 원에 이른다.

대개 5, 6년 걸리는 워크아웃이 2년 반 만에 초고속으로 끝나게 된 것도 드문 사례다.

○헌신적인 열정과 신속한 의사결정이 비결

외환은행 기업구조조정팀은 손대는 부실기업마다 우량기업으로 되살려 ‘미다스의 손’으로 불린다.

2000년 당기순손실이 2조4868억 원이나 됐던 하이닉스반도체는 워크아웃 졸업 전해인 2004년 1조6925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내며 알짜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워크아웃 전 당기순손실이 2조 원대였던 현대건설도 주채권은행이었던 외환은행이 1조4000억 원의 출자전환과 1조5000억 원의 유상증자를 주도해 유동성 위기를 단번에 해소하며 정상화로 이끌었다.

외환은행 전중규 상무는 “쓰러진 기업을 내 회사처럼 여기고 회생시키기 위해 헌신적으로 노력한 직원들이 성공 사례의 일등공신”이라고 말했다.

대경기계기술의 경우 워크아웃 초기에 외환은행 구조조정팀원들은 직접 국내외 바이어들을 찾아가 수주를 부탁하기도 했다.

박재욱 여신관리부장은 “은행 관리에 들어간다는 소식을 듣고 동요한 해외 발주처들에 ‘안심하고 거래를 계속해 달라’고 설득하느라 일본 각지를 돌아다녔다”고 말했다.

신속한 의사결정 시스템도 성공 요인의 하나다.

이 은행에는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사전에 감지해 내는 ‘전략여신부’가 있다. 이 조직을 통해 부실의 원인이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인지, 아니면 구조적인 것인지를 철저히 가려내 전략적 판단을 내리고 있다.

외환은행의 워크아웃 성공 사례
회사워크아웃 전워크아웃 후
당기순이익부채비율주가당기순이익부채비율주가
하이닉스반도체―2조4868억 원187%4025원1조6925억원85%1만7000원
현대건설―2조9805억 원―946%9775원3265억원289%4만6450원
현대종합상사―899억원―1260%1695원487억원197%2만9000원
대경기계기술15억원192%6360원83억원395%4만7750원
부채비율이 마이너스인 것은 자본금이 잠식된 결손자본금이기 때문. 자료: 외환은행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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