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자 김상진씨 ‘자고나면 터지는 의혹들’

  • 입력 2007년 9월 1일 03시 03분


김상진 씨 건설업체 사무실정윤재 전 대통령의전비서관과 각별한 사이로 알려진 부산지역 건설업자 김상진 씨가 실소유주인 I기업 사무실이 있는 부산 금정구 부곡동 A타워. 부산=최재호 기자
김상진 씨 건설업체 사무실
정윤재 전 대통령의전비서관과 각별한 사이로 알려진 부산지역 건설업자 김상진 씨가 실소유주인 I기업 사무실이 있는 부산 금정구 부곡동 A타워. 부산=최재호 기자
《정윤재 전 대통령의전비서관을 동원해 세무조사를 중단하도록 전방위 로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는 부산 건설업자 김상진 씨를 둘러싼 의혹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김 씨가 세무조사 이후에도 개발사업을 명목으로 거액의 자금을 지방 은행에서 빌렸을 뿐 아니라 제3자의 보증도 없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또 김 씨가 대표로 있는 자본금 3억 원짜리 건설사가 수천억 원에 이르는 또 다른 개발사업을 끌고 갈 수 있었던 배경은 물론 대출금의 회계 처리, 대형 건설사의 시공 참여 등에서 석연치 않은 대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건설업계와 금융계에서는 특혜 논란이 나올 수밖에 없는 김 씨의 ‘거침없는 행보’가 권력층의 적극적인 비호가 없었다면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시공사 보증도 없이 추가 대출”

김 씨는 부산지방국세청의 세무조사가 중단된 뒤 올해 1월 회사 직원의 명의를 빌려 S사를 설립했다. 이후 5월에는 S사를 통해 부산 수영구 민락동 2만8000m²를 개발하겠다며 부산은행에서 685억 원을 대출받았다.

이 땅의 원소유주 측은 김 씨가 토지 매입비용을 빌릴 때 시공사의 연대보증이 전혀 없었다고 본보에 밝혔으며 부산은행 측은 이에 대한 명확한 답변을 거부했다. 하지만 원소유주측은 “유력 인사 몇 명이 개인 보증을 선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의 땅은 현재 도시계획시설이 유원지로 돼 있다. 김 씨는 이 땅의 용도가 준주거지로 변경되면 콘도를 지을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의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사업의 전제 조건인 용도변경이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제대로 된 사업계획도 없고 시공사의 연대보증도 없는 상황에서 거액을 대출받은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대출금 중 땅값을 빼고 남은 185억 원의 용처(用處)에 대해서도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김 씨는 685억 원을 대출받은 후 S사의 상호를 U사로 바꿨다.

김 씨 주변에서는 “김 씨가 직원들의 계좌를 이용해 자금 흐름을 숨겨 왔으며 이 때문에 직원이나 법인 교체가 잦았다”는 주장도 나온다.

해당 사업의 토지 신탁 업무는 KB부동산신탁이 맡았다.

○ 부채 일부 누락한 회계처리

김 씨가 대표로 있는 I기업은 부산 연제구 연산동 재개발 사업을 추진하면서 지난해 6월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에서 2650억 원을 빌렸다. 토지매입 비용 등을 조달하기 위해서였다. 이 돈은 재개발 사업의 시공사로 참여하기로 한 대형 건설사인 P사가 연대보증을 섰다.

하지만 I기업이 올해 초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감사보고서의 부채 항목에는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에서 975억 원씩 1950억 원만 대출받은 것으로 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700억 원이 장부상에 누락된 것이다.

이에 대해 P사 측은 “I기업이 회계처리를 어떻게 했는지 모르지만 우리는 분명히 2650억 원에 대한 보증을 섰다”고 말했다.

감사 보고서를 제출하기 전 2650억 원 가운데 700억 원을 상환했을 수도 있지만 P사는 그런 사실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부인했다.

○ 영세한 기업이 저금리로 자금 조달

건설업계에서는 연산동 재개발 사업에 대출한 자금의 금리가 낮다는 점도 주목하고 있다. I기업의 감사 보고서에는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에서 빌린 1950억 원의 금리가 연 5.44%와 5.33%라고 기록돼 있다.

금융회사들이 주택 건설 사업에 대출을 해줄 때는 연대보증을 선 시공사의 신용도는 물론 해당 사업의 전망과 시행사의 자금력까지 종합적으로 감안한다. 당시 부산지역 아파트 사업장이 6% 안팎의 금리로 대출을 일으켰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낮다는 것이다.

물론 연대보증을 선 P사의 신용도가 높아 금리를 낮출 수 있었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은행과 우리은행 측은 “시공사인 P사의 신용도가 워낙 좋은 만큼 그 정도 금리는 당시로선 타당한 수준”이라며 “은행이 금리를 제시한 게 아니라 P사가 경쟁 입찰을 시켜 금리를 결정했기 때문에 특혜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P사의 신용도가 아무리 높아도 이미 부산지역에서는 이 사업에 대한 국세청의 세무조사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었던 데다 사업이 실제로 진행될 수 있을지도 불투명했다는 점에서 대출 조건이 매우 좋았다는 지적도 많다.

○ 대형 건설업체 P사는 왜 시공사로 참여했나

I기업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의 자본금은 3억 원이며 지분은 조모 씨 등 4명이 갖고 있으며 김 씨는 대표이사로만 등재돼 있다.

I개발의 지난해 매출 실적은 전혀 없었으며 이자 비용 등으로 인해 당기순손실만 80억 원에 이른다.

이 회사는 김 씨가 연산동 재개발 사업에 손을 대기 시작한 2005년 4월 6일 세운 회사로 사실상 ‘페이퍼컴퍼니’에 불과하다.

아파트 시행사의 특성상 자본금 규모가 작을 수는 있지만 이 정도 큰 사업이라면 해당 업체나 모(母)회사, 혹은 사업주의 자금력이 웬만큼 뒷받침되지 않으면 쉽게 착수하지 못한다는 게 건설업계의 설명이다.

연산동 재개발 사업은 노후 주택지 8만7054m²를 사들여 아파트 1440채를 짓는 것으로 한 채당 평균 2억5000만 원에 분양한다고 해도 총사업비가 3600억 원에 이른다. 부산에서는 이 일대가 온천천을 끼고 있는 데다 교육 환경도 좋아 분양만 잘되면 시행사가 막대한 사업이익을 올릴 수 있는 곳으로 꼽혀왔다.

하지만 부산 주택 시장이 극도로 침체돼 있는 데다 일부 업체의 부도설까지 흘러나오는 상황에서 I기업이 대형 건설사인 P사를 끌어들일 수 있었던 배경은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다.

이에 대해 P사 측은 “I기업이 시공을 의뢰했을 때는 이미 기존 주택 가운데 70%가량을 매입하기로 집주인들과 약정한 상태여서 사업이 순조로울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 군인공제회 자회사의 보증

김 씨가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에서 빌린 대출금은 군인공제회 자(子)회사인 대한토지신탁이 보증을 선 것으로 밝혀졌다. 대한토지신탁은 I기업이 재개발을 목적으로 사들인 연산동 땅을 담보로 잡고 대출 보증을 섰다.

이에 앞서 2005년 재향군인회도 김 씨의 재개발 사업에 225억 원을 투자했다가 허위 계약서 문제 등이 불거져 투자액 전액을 돌려받은 바 있어 군(軍) 관련 단체들을 사업에 끌어들일 수 있었던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이은우 기자 libra@donga.com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부산 건설업자 김상진씨 주요 의혹

① 685억 원 추가 대출

부산은행, 김 씨의 민락동 개발 사업에 시공사의 연대보증 없이 685억 원 대출

② 700억 원 감사보고서 누락

연산동 재개발 사업으로 2650억 원 대출받은 뒤 감사보고서에는 700억 원 적은 1950억 원으로 기재

③ 저리 대출

2650억 원 대출 때 다른 개발사업 대출금리보다 낮은 연리 5.33∼5.44% 적용

④ P건설 시공참여 및 대출 연대보증

P건설, 주택사업 실적 전무한 김씨 기업에 대출 보증 및 시공 참여

⑤ 군 관련 단체가 자금 지원

군인공제회 자회사인 대한토지신탁이 대출금 보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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