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쿼리, 미디어시장 ‘왕성한 식욕’

  • 입력 2007년 8월 31일 03시 03분


호주 최대 투자그룹 맥쿼리가 국내 투자은행(IB) 부문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 주목받고 있다.

7월에 국내의 대표적 복합 상영관 체인인 메가박스를 1456억 원에 인수한 데 이어 통신회사에서 종합 미디어회사로 변신을 꾀하는 하나로텔레콤 인수 경쟁에도 뛰어든 것. 이달 들어서는 서울지역 최대 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인 C&M의 지분 30%를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맥쿼리가 국내 통신·미디어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르면서 금융업계와 미디어업계가 함께 긴장하고 있다.

○‘미디어는 인프라다’

맥쿼리는 글로벌 IB시장에서 일찌감치 ‘인프라펀드’라는 틈새시장을 개척했다.

인프라펀드는 세계 각국의 정부나 대기업 등과 협력해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에 투자하는 펀드.

1969년 직원 3명으로 출발한 맥쿼리는 인프라펀드를 집중 개발해 현재 시가총액 221억 호주달러(약 17조2380억 원)의 호주 최대 투자은행으로 부상했다.

국내에는 1999년에 진출해 △투자금융그룹 △부동산그룹 △주식시장그룹 등 5개 사업조직을 갖췄으며, 직원 350여 명 중 200여 명이 IB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2003∼2006년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거래건수 기준으로 3위를 차지한 맥쿼리는 지난해에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인프라펀드를 런던과 서울 증시에 동시 상장시키기도 했다.

맥쿼리 본사는 글로벌 미디어 시장에서도 거침없는 행보를 펼치고 있다.

2005년 영국 BBC방송의 일부 지분을 사들였고, 대만 3위의 MSO인 TBC 지분도 전량 인수했다. 미디어는 개별 사업이 아닌 인프라의 하나라는 게 맥쿼리 측의 사업전략이다.

○맥쿼리가 국내 IB업계에 던지는 메시지

전문가들은 맥쿼리가 이번에 C&M 지분을 사들인 금액이 다소 비싸다고 평가한다. 앞으로 국내 M&A 시장에 나올 통신·미디어업체에 호재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구창근 삼성증권 연구원은 “맥쿼리가 한국의 통신·미디어 시장을 밝게 보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맥쿼리는 불모지와 다름없던 국내 IB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맥쿼리의 공격적인 투자에 자극받아 산업은행, KB자산운용 등이 사실상 맥쿼리가 독점했던 인프라펀드 시장에 뛰어들었다.

홍대희 우리은행 IB본부 부행장은 “맥쿼리는 현지인의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쓴다”며 “새로운 IB 영역에 투자하는 것을 꺼리는 국내 은행들은 맥쿼리의 장기적이고 공격적인 투자를 배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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