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쇠고기 수입 10개월만에 다시 '스톱'

  • 입력 2007년 8월 2일 10시 22분


미국산 쇠고기가 작년 10월말 2년10개월만에 수입이 재개된 뒤 채 1년도 지나지 않아 다시 한국땅에서 방출될 위기에 처했다.

광우병위험물질인 척추뼈 발견으로 일단 검역 중단 조치가 취해졌고, 미국측의 해명이나 보완조치가 미흡할 경우 '금수'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9개월여간 수 차례 뼛조각과 내수용 갈비뼈 등을 보내 현행 수입위생조건을 끊임없이 어긴 미국측의 검역 헛점과 무성의가 누적된 결과다.

현재 분위기로 미뤄 국제수역사무국(OIE)의 '광우병통제국' 판정을 앞세워 올해안에 갈비까지 상륙시키려던 미국의 계획은 사실상 물 건너 간 것으로 보인다.

◇무성의 검역으로 발등 찍은 미국 = 농림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이후 수입된 미국 쇠고기가 검역 불합격 조치와 함께 '전량 반송'된 것은 이번 척추뼈 건을 포함해 무려 15차례에 이른다.

지난해 10~12월에는 뼛조각과 다이옥신 검출로 4차례 되돌아갔고, 올해 들어 뼛조각이 발견된 박스만 반송하는 '부분 반송' 방식을 적용한 뒤에도 갈비 통뼈 박스가 7차례, 미국 내수용 쇠고기가 3차례나 검역 과정에서 발견됐다.

미국측은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시스템 오류가 아닌 단순 '실수'라고 해명하며 오히려 해당 작업장에 대한 선적(수출) 중단 조치 해제를 우리측에 강력히 요구했다. 우리 검역 당국도 지금까지 별다른 중대 조치 없이 되도록 '교역이 끊어지지 않는' 방향으로 대처해온 것이 사실이다.

이같은 미국측의 반복적 수입위생 조건 위반에 대해 벌써부터 민노당과 한우협회등은 미국산에 대한 전면 수출 금지 조치도 가능하다는 주장을 펴왔다.

현행 위생조건 가운데 21조는 '수출 쇠고기 작업장에서 수입위생조건의 위반 사례가 반복하여 발생하거나 광범위하게 발생한다고 한국 정부가 판단하는 경우' 우리나라가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중단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검역 당국은 지금까지 이 규정상 '반복'과 '광범위'라는 표현을 매우 엄격하게 해석하면서 수입 전면 중단 요구를 비껴갔다. 특정 작업장에서 반복적으로, 시스템적으로 검역 오류가 발생하면 이를 고려해볼 수도 있지만, 현재까지 문제가 된 15개 작업장이나 보관장이 모두 다른 곳이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급기야 검역 당국 내부에서조차 미국측의 무신경과 '성의 없음'에 대해 "미국측이 갈비 등으로 수입 폭의 확대를 요구하려면 현행 위생조건부터 철저히 지켜야하는 것 아니냐", "되는 쪽으로 생각해주려 해도 미국측이 오히려 협조를 안해준다" 등의 말들이 튀어나오고 있다.

◇ '왜 즉각 수입 중단 안하나' 논란 = 이같은 과거 누적된 실수를 차치하고라도, 사실상 SRM인 척추뼈 수입 건은 위생조건상 미국산 쇠고기의 전면 수입 금지 결정까지 가능한 사안이다. 위생조건 21조은 SRM이 작업장에서 제대로 제거되지 않는 등의 5가지 사례를 들며 "이런 규정이 지켜지지 않아 미국 광우병 확산 위험이 있다고 판단될 때 수입을 중단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단 정부가 이번 건에 대해 취한 조치는 전면 수입 중단이 아니라 전면 검역 중단이다. 수입 중단은 해당 시점에 검역을 받고 있거나 통관조차 진행되지 않은 미국산 쇠고기까지 모두 반송 또는 폐기하고 한국 수출 작업장의 선적을 일제히 중지시키는 조치다.

이에 비해 검역 중단은 말 그대로 미국산에 대한 검역 절차만 진행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현실성은 낮지만 미국 수출업체와 우리나라 수입업체가 검역이 지연될 부담을 안고라도 교역을 감행한다면 미국산 쇠고기가 한국에 도착하는 것은 가능한 상태로, 수입 중단에 비해 상당히 낮은 제재 단계다.

검역 당국은 "현행 수입위생조건에는 수출국에 해명에 필요한 시간을 주도록 돼있다"며 "어제 미국 대사관 사람들을 불러 강력히 항의했고, 앞으로 미국측이 가져오는 원인 설명과 보완 조치 등을 검토한 뒤 내용이 미진하다고 판단될 경우 수입 중단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지난해 1월 일본에서 똑같이 미국산 쇠고기에서 척추뼈가 발견됐을 당시 일본 정부가 수입 중단 조치를 취했던 것과 비교해 "미국측을 너무 배려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 "안전성엔 문제없다" =당국은 이미 유통된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과 관련해서는 완화된 현행 국제 수역사무국(OIE)의 규정을 근거로 "안전하다"고 단언함으로써 일반 국민들에게 혼란을주고 있다.

검역 당국은 "작년초에 맺은 현행 한미 수입위생조건으로는 척추뼈를 SRM으로 분류할 수 있지만, 현행 OIE 규정에서는 30개월미만 소의 경우 척추뼈도 SRM으로 분류가 되지 않는만큼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며 회수나 판매 금지 등을 고려하고있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현행 OIE 규정에서 미국과 같은 '광우병통제국' 등급의 국가에서 생산된 쇠고기는 원칙적으로 교역에서 연령과 부위에 제한을 받지 않고, 소의 월령이 30개월 미만이면 SRM 가운데 두개골이나 척추 등도 제거할 의무가 없다. 다만 편도와 회장원위부(소장 끝부분)와 같은 SRM은 소의 나이(월령)에 관계없이 반드시 빼야한다.

결과적으로 당국은 검역 중단 등 교역 문제에는 현행 한미 수입위생조건을, 전반적 척추뼈에 대한 안전성 판단에는 OIE 규정을, 따로따로 잣대로 삼고 있다는 얘기다.

◇전면 수입중단은 없을 듯 = 검역 당국의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신중하고도 유연한' 태도로 미뤄 이번 검역중단 조치가 전면 수입 중단이라는 초강수 제재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분석이 지배적이다.

앞서 지난 5월말과 6월초 미국 육류업체 카길사와 타이슨 소속 작업장에서 생산된 66t의 미국 내수용 쇠고기가 세 차례에 걸쳐 수입됐으나, 검역 당국은 해당 작업장에 대한 마지막 수출 금지 조치가 취해진 뒤 1주일만에 이를 모두 해제했다.

카길 및 타이슨의 내수용 쇠고기를 수출업체가 사들여 선적하는 과정에서 수출업체와 검사관이 수출 적합 여부 확인에 필요한 일부 절차를 거치지 않아 발생한 '실수'일 뿐, 카길과 타이슨 작업장은 이 사고와 직접적 연관이 없다는 미국측의 설명을 별 이의없이, 발빠르게 수용한 결과였다.

더구나 검역 당국은 지난달 중순 또 다시 갈비뼈가 박스째 잇따라 발견돼 해당 작업장에 수출 선적 중단 조치를 취하고도 보도가 나오기 전까지 언론과 국민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이번 척추뼈 건에서도 일단 검역 당국은 공식 자료에서 "미국측에 강력히 항의하고 납득할만한 근본적 재발방지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모든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검역 중단 조치를 유지하겠다", "미국측의 해명과 조치가 미흡할 경우 중단 조치도 취할 수 있다"며 으름장을 놨지만, 당국이 실제로 수입 중단을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높은 단계의 제재부터 시작해 해명을 듣고 단계를 낮추는 것이 아니라, 일단 검역 중단이라는 더 낮은 단계의 조치를 취해놓고 해명과 보완책까지 듣고난 뒤에야 더 강한 수입 중단을 검토하겠다는 계획 자체가 당국의 '의지'가 강하지 않음을 반영한다는 지적이다.

박홍수 농림부 장관도 이날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미국 측도 잘못된 것을 인정하고 있다"며 "만약 잘못된 것이 아니라고 나온다면 문제가 복잡해지겠지만 인정하니까 대안은 쉽게 나올 것"이라며 문제 해결을 낙관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과 탈레반 인질 사건 등을 고려할 때 정부가 쇠고기 전면 수입 중단이라는 강수를 둬 미국과의 외교, 통상 마찰을 자초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물론 검역 당국은 공식적으로 "검역 문제와 한미FTA는 별개"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날 역시 박 농림부 장관은 "(미국산 쇠고기 척추 처리 방안에 대한) 관계 장관회의가 열렸지만, 재정경제부나 외교통상부에서도 FTA 관련 얘기는 단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다"며 "검역 차원의 문제이므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연계될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팀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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