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공 노조, 건교부 국회보고서류 탈취

  • 입력 2007년 7월 23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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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주택공사 노동조합이 상급기관인 건설교통부가 국회에 제출할 법률 개정안 문건을 빼앗은 사건이 발생했던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주공 노조는 자사(自社)의 존립기반을 흔드는 법률안 상정을 저지하기 위한 극약처방이었다고 항변하고 있다.

하지만 공기업 노조가 중앙부처의 국회 제출 문서를 탈취한 것은 명백한 불법이며 이런 사태가 벌어지도록 한 건교부에도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도 넘은 중앙부처―산하기관 갈등

22일 건교부와 대한주택공사 등에 따르면 주공 노조 간부 10여 명은 지난달 26일 국회에서 건교부가 국회 건설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제출할 임대주택법 개정안을 완력으로 탈취한 것으로 확인됐다.

노조 간부들은 건교부가 이날 오전 법안심사소위에 ‘비축용 임대주택’ 건설과 관련해 한국토지공사의 참여를 간접적으로 보장하는 임대주택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회의장 앞에서 건교부 실무 과장에게서 문건을 빼앗았다.

노조는 의원들보다 먼저 법률안 내용을 확인한 뒤 해당 과장 등에게 거세게 항의했고, 회의장에 있던 건교부 담당국장이 뒤늦게 개입해 소란을 진화하는 등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임대주택법 개정안은 결국 법사위를 통과하지 못해 9월 정기국회로 넘어갔다.

노조는 정부가 올해 1월 ‘1·31 부동산대책’을 통해 비축용 임대주택을 2017년까지 50만 채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토공도 사업에 참여시키겠다고 밝히자 의원들을 상대로 법안 저지를 위한 로비를 해 왔다.

주택 건설은 주공의 고유 영역인데도 택지 개발 업체인 토공을 참여시키는 건 사실상 ‘주공 죽이기’와 다름없다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노조는 “건교부가 토공을 배제하겠다고 한 발 물러섰지만 실제로는 토공을 편법적으로 참여시키는 수정안을 제출하는 등 ‘꼼수’를 부려 문건을 빼앗았다”고 말했다.

○ 신도시 사업자 선정으로 불똥

주공 노조는 문서 탈취 사건이 있은 뒤 인천 ‘검단신도시’ 사업시행자에서 자사가 빠지자 건교부의 문책성 조치라며 또다시 반발하고 있다.

검단신도시는 당초 주공이 조성하기로 했지만 최근 시행자를 인천시와 인천시도시개발공사로 한정해 고시(告示)한 건 건교부가 ‘괘씸죄’를 물은 결과라는 것.

노조 측은 “주공은 인천 서구 가정오거리 재개발을 진행하고 있어 검단신도시에 연고권이 있는 데다 올해 초부터 검단 개발 사업을 꾸준히 검토해 왔는데도 갑자기 배제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건교부는 “검단신도시 시행자에서 주공을 뺀 배경에는 별다른 의도가 없다”며 “인천시가 도시개발공사를 통해 조성하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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