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당첨’ 유진, 거침없는 영토 확장

  • 입력 2007년 7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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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그룹인 유진그룹의 ‘거침없는 질주’가 눈길을 끌고 있다. 최근 잇따른 기업 인수합병(M&A)으로 재계에서 화제가 됐던 유진그룹은 조달청과 복권위원회가 13일 실시한 로또복권 2기 사업자 입찰에서 주력 계열사인 유진기업이 주도한 ‘나눔로또’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다시 한 번 ‘파워’를 과시했다.》

▶본보 14일자 A1면 참조

▶ 로또 2기 사업자에 유진기업

유진그룹은 지난해 말 현재 그룹 전체 매출액이 1조 원대에 그치고 있지만, 최근 이뤄진 대부분의 M&A에 적극 참여하면서 사세(社勢)를 키워 가고 있다. 2001년 말 1503억 원(계열사 21개)이던 유진그룹의 총자산 규모는 활발한 M&A에 따라 올해 3월 말 현재 1조5000억여 원(계열사 32개)으로 약 10배로 급증했다.

○ 최근 국내 M&A ‘큰손’으로 떠올라

유진이 단기간에 급성장한 것은 레미콘사업을 기초로 하면서 차기 성장 동력을 ‘건설, 물류, 금융’ 등 3개 부문으로 정하고 과감한 M&A에 나섰기 때문이다.

첫 번째 행보는 2004년 안정적으로 시멘트를 공급받기 위해 자신보다 덩치가 컸던 고려시멘트의 인수에 나선 것이었다. 지난해엔 적대적 M&A에 노출된 서울증권에 ‘백기사’로 참여한 뒤 올해 초 경영권을 인수했다. 또 올 2월엔 국내 5위 택배업체인 로젠㈜마저 인수했다. 금융과 물류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한 것.

유진의 금융 및 물류 분야로의 확장전략은 여기서 멈출 것 같지 않다는 분석이다.

유경선 그룹 회장은 최근 “서울증권 외에 증권사를 추가로 인수해 2009년까지 업계 7위의 증권사로 도약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매물로 나온 대한통운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다만 건설업 부문에서는 아직까지 유진의 의도대로 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대우건설 인수에 나섰으나 실패했고, 올해엔 극동건설의 인수를 놓고 웅진그룹 STX와 경합을 벌이다 주저앉았다. 그러나 유진 측은 “종합건설회사로 커 나가기 위해 반드시 건설사도 인수할 것”이라고 했다.

○ ‘성공 행진’ 이어갈 수 있을까?

이제까지 유진기업의 M&A 행보는 비교적 성공적이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유진그룹의 주력회사인 유진기업은 1969년 건빵 등을 만드는 ‘영양제과’를 모체로 출발해 1984년 레미콘 사업에 진출해 큰 성공을 거뒀다. 1997년 시작한 케이블TV방송 ‘드림씨티방송’은 국내에서 가장 수익성이 좋은 미디어 업체로 꼽혔으며, 지난해 신사업 진출을 위해 CJ에 3300억 원에 매각했다.

그러나 유진기업은 ‘M&A의 큰손’으로 불리는 걸 부담스러워한다.

과감한 M&A에 나선 것은 레미콘 업계가 한계 상황에 이른 데 따른 피할 수 없는 선택일 뿐이라는 것이다. 레미콘 업계의 성장이 정체되면서 유진기업의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2005년 4.5%에서 지난해엔 0.8%로 뚝 떨어졌다.

한편 재계 일각에서는 그룹 규모에 비해 과감한 유진그룹의 ‘영토 확장’이 결국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비판적 시각도 나오고 있다.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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