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금리 11개월 만에 0.25%P 인상

  • 입력 2007년 7월 13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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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2일 콜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것은 시중자금(유동성)의 증가 속도가 심상치 않아 이를 방치할 경우 하반기(7∼12월)에 자산가격에 거품이 생기거나 물가가 불안해질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과거 콜금리 인상 시기를 놓쳐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한은이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는 분석도 있다. 이번 콜금리 인상으로 예금과 대출금리가 오르고 원화 가치가 상승하는 등 금융 및 외환시

장에 미치는 파장이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과잉 유동성이 시장 불안 요인’

한은에 따르면 당장 현금화가 가능한 자금을 뜻하는 광의유동성은 5월 말 기준 1913조5000억 원으로 4월 말보다 25조4000억 원 늘었다.

최근의 유동성 증가 폭은 올해 들어 가장 큰 것으로 부동산 가격 거품 논란이 일었던 지난해 말과 비슷한 수준이다.

최근 유동성이 급증한 것은 중소기업 대출이 크게 늘어난 데다 증시 호황으로 펀드 등 수익증권에 자금이 몰렸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달 중기 대출은 8조3000억 원가량 늘어나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01년 1월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을 나타냈다.

이처럼 시중자금이 늘어나는 추세가 계속되면 증시로 자금이 몰려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상승하고 물가에도 부담을 줄 것이라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

부동산 시장이 전반적으로 안정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최근 오름세를 보이는 등 과잉 유동성 때문에 집값이 다시 상승할 수 있다는 점도 콜금리 인상의 배경이 됐다.

○ 증시는 오히려 급등

이날 증시에서 코스피지수는 한은의 금리 인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상승세를 이어가 1,900 선을 가뿐히 넘었다.

금리가 오르면 유동성이 줄어 증시가 하락하는 게 통례인데 이번에는 콜금리 인상이 이미 예견된 것이어서 투자 심리가 위축되지 않았다. 증시 전문가들은 “오히려 금리 인상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제거됐다는 점 때문에 증시 전반에 긍정적인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전했다.

메리츠증권 심재엽 투자전략팀장은 “하반기 경제성장이 지속되고 물가 상승 압력은 억제될 가능성이 높아 콜금리 인상에 따른 부담이 크지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들은 이날 콜금리 인상이 발표되자 예금금리를 일제히 올렸다.

우리은행은 16일부터 정기예금 금리를 종전보다 0.2∼0.3%포인트 높인 연 4.8∼4.9%로 조정할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13일부터 1년 만기 정기예금인 ‘파워맞춤정기예금’ 금리를 최대 0.3%포인트 올리기로 했고 하나은행은 16일부터 정기예금 금리를 연 0.1∼0.2%포인트 올린다.

시중금리 상승의 여파로 대출금리도 함께 올라 은행에서 돈을 빌린 사람들의 부담은 커지게 됐다.

국민은행은 12일부터 주택담보대출 가산금리를 종전보다 0.15%포인트 올렸다. 우리은행은 13일 금리 인상 폭을 결정하는데 0.2%포인트가량 오를 것으로 보인다.

대출 부담이 커지면서 부동산 시장에서 재건축 아파트나 상가 등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많이 감소할 것이라고 부동산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외환시장에선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하락(원화 가치는 상승)해 수출 기업에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금리 인상에 따라 원화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달러당 0.9원 떨어진 918.3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 전문가들 “시의 적절”

이성태 한은 총재는 이날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콜금리 목표를 4.75%로 올렸지만 현재 상승 궤도인 국내 경기를 저해할 정도로 높은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번 콜금리 인상이 경기를 긴축하려는 조치가 아닌 만큼 향후 시장 추이에 따라 콜금리를 추가 인상할 수 있다는 점을 강하게 시사한 것이다.

민간 금융 전문가들은 콜금리 인상을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과거 경기 호황 국면이나 자산가격 급등 시기에 콜금리 인상 시기를 놓쳐 나중에 전체 경제에 큰 부담이 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인상이 ‘시의 적절한 조치’라는 것이다.

박종규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금리를 0.25%포인트 올린다고 해서 유동성이 당장 줄지는 않지만 인상 기조를 유지하면 유동성 감소 효과가 점진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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