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소형차시대 한국만 역주행하나

  • 입력 2007년 7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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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석유 가격이 급등하고 환경오염에 대한 위기의식이 확산되면서 세계적으로 경차와 소형차의 판매가 늘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선 소형차의 인기가 갈수록 식어 대조적이다.

일부 전문가는 이 같은 국내 자동차 소비구조를 조절하지 않으면 자칫 에너지 위기를 촉발할 뿐 아니라 자동차 산업도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자동차 소비구조 바꿔야

한국은 수익이 높은 중·대형차 판매를 확대하려는 자동차 회사와 큰 차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요구가 맞물려 경차와 소형차 시장이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포함한 내수 시장에서 경차와 소형차 비율은 2000년 30.8%에서 지난해 28.1%로 떨어졌다.

특히 경차 점유율은 2000년 8.8%에서 지난해 4.2%로 추락했다. 현대·기아자동차가 2002∼2004년 부가가치가 낮은 경차 생산을 잇달아 중단한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반면 중·대형차 비중은 2000년 28.2%에서 지난해 43.4%로 급증했다. 특히 대형차는 7.1%에서 15.8%로 시장점유율이 늘었다.

한편 일본 등 자동차 선진국의 소형차 판매비율은 계속 늘고 있다. 일본은 2000년 45.6%에서 지난해 49.5%, 미국은 12%에서 13.9%로 각각 증가했다.

○중·대형차 중심 자동차 산업은 위험할 수도

최근 GM, 크라이슬러, 도요타 등 해외의 자동차 회사들은 앞 다퉈 저가 소형차 개발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현대·기아차는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배기량이 높은 고급 승용차의 개발에 몰두하면서 저가 차종 개발에는 관심이 적은 편이다.

앞으로 석유 가격이 더 올라가 에너지 위기가 현실화되면 고급화 전략을 펼치는 현대·기아차의 어려움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에 따르면 미국은 연료소비효율 기준, 환경 규제 강화로 소형차 판매가 2005년 32만1000대에서 올해 55만 대, 2011년에는 89만 대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크라이슬러는 중국 치루이자동차와 이달 4일 제휴관계를 맺고 저가 소형차를 개발하기로 했다. GM과 닛산도 잇달아 소형차 모델을 늘릴 계획이다.

그러나 현대차는 미국 시장에서 3500cc 이상의 베라크루즈와 BH 등 프리미엄급 차량 진출에 심혈을 기울일 뿐 소형차 시장 공략은 상대적으로 소홀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자동차공업협회 강철구 이사는 “정부는 경차 및 소형차 우대정책 확대로 자동차회사들이 소형차 개발과 마케팅을 강화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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