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들 우린 ‘유성장학생’” 강민구-형모 회장父子 숨은후원

  • 입력 2007년 6월 23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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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구 유성CC 명예회장(오른쪽)이 2005년 8월 메이저대회인 브리티시오픈 우승 직후 유성CC를 찾은 장정에게 명예 회원증을 전달하며 격려하고 있다. 사진 제공 유성CC
강민구 유성CC 명예회장(오른쪽)이 2005년 8월 메이저대회인 브리티시오픈 우승 직후 유성CC를 찾은 장정에게 명예 회원증을 전달하며 격려하고 있다. 사진 제공 유성CC
아시아 최초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박세리(30·CJ).

한국 여자골프를 세계에 알린 그가 귀국할 때마다 꼭 들르는 곳이 있다. 바로 대전 자택 근처의 유성CC.

가정 형편이 넉넉하지 않았던 그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여기서 공짜로 라운드를 하며 골프 스타의 꿈을 키웠다.

당시 이 골프장을 이끌던 강민구(81) 유성CC 명예회장이 골프 유망주에게 아낌없는 지원을 해 준 덕분. 강 명예회장은 박세리와 장정(기업은행)을 비롯한 꿈나무들에게 “너희 집 앞마당처럼 생각하고 언제든지 와서 놀아라”며 격려했다. 아버지가 승합차에서 끓여 주는 라면을 먹어 가며 운동했던 박세리는 “유성 골프장은 포근한 어머니 품 같았다. 쉬는 시간에도 골프장 주변 잔디에서 그립을 쥐면서 놀았다”고 회고했다.

강 명예회장은 20년 넘게 연고지 대전 대표와 국가대표, 상비군에 골프장을 무료로 개방해 필드 경험을 쌓게 했다. 2000년부터는 국내 최고 권위의 한국여자아마추어선수권대회를 유성CC에서 개최하고 있으며 올해 대회는 21일 막을 내렸다.

박세리, 장정을 비롯해 올 시즌 일본투어에서 3연승을 기록한 전미정, 김주연, 이미나, 문수영, 홍진주, 김진호, 최진호, 허미정 등 ‘유성 장학생’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최근에는 그의 아들인 강형모(51·사진) 유성CC 회장이 아버지의 뒤를 이어 주니어 골퍼 육성에 팔을 걷어붙였다. 강형모 회장은 대한골프협회 강화위원장을 맡아 한국 아마추어 골프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카타르 도하 아시아경기대회에서는 한국 골프가 금메달 4개를 싹쓸이하는 데 숨은 공로자가 됐다. 핸디캡 3의 골프 실력으로 대표 선수들에게 조언을 해 주는가 하면 현지 연습라운드와 식사 문제까지 뒷바라지에 공을 들였다. 올 시즌 국내 프로에서 ‘괴물 신인’으로 떠오른 김경태(신한은행), 여자주니어 강자 유소연(대원외고) 등도 그의 손을 거쳐 갔다.

2대에 걸쳐 주니어 골프에 애정을 쏟는 이들 부자는 “뭐 특별히 잘한 일도 아닌데…. 선수들이 열심히 한 덕분이다. 그들이 나중에 인사라도 한번 올 때 보람이 크다”고 말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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