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도대체 왜 하나” 대의원들 반발

  • 입력 2007년 6월 22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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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울산 현대자동차 문화회관에서 열린 96차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참석자들이 회의에 앞서 결의를 다지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울산=최재호 기자
21일 울산 현대자동차 문화회관에서 열린 96차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참석자들이 회의에 앞서 결의를 다지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울산=최재호 기자
금속노조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반대 파업을 추진하면서 금속노조와 현대차 지도부가 현장 조합원들의 거센 파업 반대 의사에 직면하고 있다.

또 21일 열린 현대차지부의 대의원대회에서도 ‘파업 철회’를 촉구하는 대의원들이 많았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화난 조합원들=현대차지부 내 현장 조직 가운데 하나인 현자실천노동자회(실노회)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긴급속보’라는 제목으로 18, 19일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열렸던 금속노조 간부들과 현장 조합원들의 간담회 내용 일부가 수록돼 있다. 이날 간담회에는 금속노조 정모, 오모 부위원장이 참석했다.

이 글에 따르면 A 조합원은 “왜 조합원들의 의견을 듣지 않고 파업을 하려고 하느냐. 이번 파업은 대의원들조차 찬성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B 조합원은 “한미 FTA를 반대할 명확한 근거도 없이 왜 파업을 하라고 하느냐”, C 조합원은 “노조 규약까지 어기면서 왜 조합원 찬반투표를 실시하지 않느냐. 부결이 두려워 안 하는 게 아니냐”, D 조합원은 “현장 간담회에서 나온 이야기가 제대로 반영되느냐. 그렇지 않다면 왜 간담회를 하느냐”는 등의 파업 반대 목소리가 높았다고 전했다.

금속노조 간부들은 “파업이 철회되면 조직에 심각한 타격을 주게 된다. 이번 파업은 노동자의 생존권을 지키려는 투쟁이다”라고 설득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절차를 무시한 것은 미안하다”고 조합원 찬반투표를 하지 않은 것을 사과했다고 전했다.

‘태권V’라는 조합원은 현대차지부 자유게시판을 통해 “금속노조 간부라는 사람이 간담회 와서 ‘현장에서 파업 반대가 많다는 걸 알고 깜짝 놀랐다’고 했다. 현장 분위기를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지적했다.

▽파업 강행하는 노조 지도부=21일 오후 1시 반부터 울산공장 앞 문화회관에서 현대차지부 대의원 4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올해 임·단협 요구안 확정을 위해 열린 임시대의원대회에서도 파업 반대 목소리가 높았다. 파업 반대 대의원은 “조합원 찬반투표를 통해 파업 여부를 결정하거나 집행부 파업으로 변경하자”고 요구했다. 이에 현대차지부는 “금속노조 대의원대회에서 결정된 사안을 지부 대의원대회에서 번복할 권한이 없다”고 맞서는 등 격론이 벌어졌다.

현대차지부는 금속노조의 지침에 따라 25∼27일은 아산·전주공장과 남양연구소, 울산공장이 각각 하루 2시간씩 부분파업을 벌이고 28일(4시간), 29일(6시간)은 전체 공장이 부분파업을 벌인다.

▽“파업 철회, 엄정 대처”=정부는 21일 “금속노조의 한미 FTA 반대 파업은 목적과 절차상 불법 정치파업”이라며 파업 철회를 촉구했다.

정부는 이날 이상수 노동부 장관, 김성호 법무부 장관, 김영주 산업자원부 장관 등 3부 장관 공동명의로 담화문을 발표하고 “총파업을 강행하면 노조 집행부 등 주도 세력에 대해 ‘무관용의 원칙’에 따라 반드시 불이익이 따르도록 하겠다”며 엄정 대처 방침을 밝혔다.

3부 장관은 담화문에서 “이번 파업은 우리 경제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며, 특히 FTA 수혜자인 완성차 부문의 파업은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어려움을 외면한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현대차지부 내 현장 조직 가운데 하나인 신노동연합 현대차지부(대표 김창곤)는 이날 오전 10시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파업 철회를 촉구했다.

울산=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이은우 기자 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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