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랠리’… 코스피지수 한달새 100P 치솟아

  • 입력 2007년 5월 11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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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중 한때 1,616 신기록코스피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1,600 선에 바짝 다가섰다. 10일 코스피지수가 장중 한때 1,616까지 올라간 가운데 서울 여의도 한국증권선물거래소 직원들이 모니터를 보면서 환하게 웃고 있다. 김미옥 기자
장중 한때 1,616 신기록
코스피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1,600 선에 바짝 다가섰다. 10일 코스피지수가 장중 한때 1,616까지 올라간 가운데 서울 여의도 한국증권선물거래소 직원들이 모니터를 보면서 환하게 웃고 있다. 김미옥 기자
주가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10일 코스피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장중 한때 1,600 선을 넘어섰다.

이날 서울 증시에서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6.26포인트(0.39%) 오른 1,599.68로 거래를 마쳐 이틀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1,600 선에 바짝 다가섰다.

장중 한때 1,616.06까지 치솟았지만 장 막판에 옵션 만기일 영향에 따른 매물이 대거 쏟아지면서 종가 기준으로는 1,600 선을 넘어서는 데 실패했다.

코스피지수는 지난달 9일 1,500 선을 돌파한 지 한 달 만에 100포인트 가까이 치솟았다. 또 올해 들어 165.22포인트(11.52%)나 급등했다.

증권 전문가들은 주가 1,600 시대 진입을 한국 증시의 한 단계 도약을 의미하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주가 상승이 ‘글로벌 증시 랠리’라는 외부요인에 상당히 의존하고 있어 다소 불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 ‘한 단계 더 도약한 한국 증시’

이날 코스피지수는 미국 뉴욕 증시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동결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데 힘입어 개장하자마자 1,600 선을 가볍게 돌파했다.

이어 한국은행의 콜금리 동결 소식이 전해지면서 1,610 선마저 훌쩍 넘었다.

코스피지수는 오후 2시 50분 1,612.99로 종가 기준 1,600 선 돌파가 확실해 보였다.

하지만 옵션 만기일(매달 둘째 주 목요일) 영향으로 장 막판 10분 사이에 기계적으로 매도주문을 걸어놓은 물량(프로그램 매도)이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1,600 선이 순식간에 무너졌다.

프로그램 매매는 비싼 주식은 팔고 싼 주식은 사는 일종의 차익거래로, 이런 매매지침을 미리 컴퓨터에 입력해 놓고 시장 상황에 따라 기계적으로 일괄거래하는 것을 말한다.

장중 3000억 원가량 매입 우위를 보였던 프로그램 매매는 장 막판 2000억 원의 매물을 쏟아냈다.

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초읽기’에 들어간 1,600 선 돌파에 대해 “전체적으로 주가 수준이 한 단계 올라갔다는 걸 말해 준다”고 평가했다.

대우증권 이경수 연구원은 “1,600 선 돌파는 의미 있는 일이지만, 국내 주가 상승이 자생적인 것이 아니고 글로벌 증시 상승이라는 외부요인에 편승했기 때문에 ‘흥분과 공포’가 동시에 존재하는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진단했다.



○ 경제 성장 힘입어 세계 증시 활황

최근 코스피지수의 강세는 세계 증시의 ‘사상 최고치 경신 행진’의 일부 현상으로 해석되고 있다.

과열 경고까지 나오는 중국 상하이(上海)종합지수는 9일 4,000을 넘어선 데 이어 10일 4,049.70으로 이틀 연속 사상 최고치를 갈아 치웠다. 또 미국 다우존스산업지수, 호주 종합지수, 브라질 종합지수 등도 9일 신기록 경신 대열에 함께 했다.

한국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나라는 세계 주요 43개 증시 중 30개에 이른다. 또 올해 주가 상승률이 10% 이상인 나라도 21개에 달했다.

세계 증시의 강세는 기업 실적을 토대로 한 견고한 경제 성장에 힘입고 있다.

유럽과 일본이 견실한 경제 성장을 하고 있고, 중국은 9%대의 높은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 기업의 올 1분기(1∼3월) 실적도 예상치를 웃돌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올해 실적이 지난해보다 호전될 것이란 전망도 증시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거래소와 증권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가 올 1분기 실적을 발표한 유가증권시장의 79개 상장사의 실적을 분석한 결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8.9% 성장할 것으로 나왔다.

○ “계속 오를 것” vs “잠재 위협 많아”

코스피지수는 지난해 5월 11일 연중 최고치(1,464.70)에 이른 뒤 한 달여 만에 200포인트 이상 급락했다.

반면 올해엔 소폭의 단기 조정을 거치면서 지속적으로 오를 것이란 전망이 일단 우세한 편이다.

지난해 ‘팔자’에 나섰던 외국인들이 4월에만 2조7413억 원을 순매입(매입액에서 매도액을 뺀 것)하고, 고객예탁금이 작년 말 8조4488억 원에서 9일 현재 11조7990억 원으로 늘어나는 등 증시 자금 유입도 활발하다.

굿모닝신한증권 김석중 부사장은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수익률을 높이려는 시도가 있다”며 “주식형 펀드의 투자가 급증하는 등 저축에서 투자로 자산 관리의 패러다임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 등 복병도 적지 않다.

한국증권 김학균 선임 연구원은 “미국의 물가지표가 예상보다 높으면 금리 인상의 우려로 언제든 증시가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기 둔화는 물론 글로벌 증시 상승세의 한 원인인 유동성을 축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재무장관 출신인 로런스 서머스 전 하버드대 총장이 미국 경기의 침체를 예고하면서 대미(對美) 수출 비중이 높은 국가들은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밝히는 등 향후 미국 경기의 향방도 불투명한 점이 적지 않다.

굿모닝신한증권 김중현 연구원은 “급등하고 있는 시중금리와 부동산 침체, 그로 인한 가계부채 부담 등이 국내 경제의 잠재적인 불안 요인”이라며 “조정 없는 상승세란 있을 수 없다”고 했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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