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서울 증시에서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6.26포인트(0.39%) 오른 1,599.68로 거래를 마쳐 이틀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1,600 선에 바짝 다가섰다.
장중 한때 1,616.06까지 치솟았지만 장 막판에 옵션 만기일 영향에 따른 매물이 대거 쏟아지면서 종가 기준으로는 1,600 선을 넘어서는 데 실패했다.
코스피지수는 지난달 9일 1,500 선을 돌파한 지 한 달 만에 100포인트 가까이 치솟았다. 또 올해 들어 165.22포인트(11.52%)나 급등했다.
증권 전문가들은 주가 1,600 시대 진입을 한국 증시의 한 단계 도약을 의미하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주가 상승이 ‘글로벌 증시 랠리’라는 외부요인에 상당히 의존하고 있어 다소 불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 ‘한 단계 더 도약한 한국 증시’
이날 코스피지수는 미국 뉴욕 증시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동결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데 힘입어 개장하자마자 1,600 선을 가볍게 돌파했다.
이어 한국은행의 콜금리 동결 소식이 전해지면서 1,610 선마저 훌쩍 넘었다.
코스피지수는 오후 2시 50분 1,612.99로 종가 기준 1,600 선 돌파가 확실해 보였다.
하지만 옵션 만기일(매달 둘째 주 목요일) 영향으로 장 막판 10분 사이에 기계적으로 매도주문을 걸어놓은 물량(프로그램 매도)이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1,600 선이 순식간에 무너졌다.
프로그램 매매는 비싼 주식은 팔고 싼 주식은 사는 일종의 차익거래로, 이런 매매지침을 미리 컴퓨터에 입력해 놓고 시장 상황에 따라 기계적으로 일괄거래하는 것을 말한다.
장중 3000억 원가량 매입 우위를 보였던 프로그램 매매는 장 막판 2000억 원의 매물을 쏟아냈다.
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초읽기’에 들어간 1,600 선 돌파에 대해 “전체적으로 주가 수준이 한 단계 올라갔다는 걸 말해 준다”고 평가했다.
대우증권 이경수 연구원은 “1,600 선 돌파는 의미 있는 일이지만, 국내 주가 상승이 자생적인 것이 아니고 글로벌 증시 상승이라는 외부요인에 편승했기 때문에 ‘흥분과 공포’가 동시에 존재하는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진단했다.
○ 경제 성장 힘입어 세계 증시 활황
최근 코스피지수의 강세는 세계 증시의 ‘사상 최고치 경신 행진’의 일부 현상으로 해석되고 있다.
과열 경고까지 나오는 중국 상하이(上海)종합지수는 9일 4,000을 넘어선 데 이어 10일 4,049.70으로 이틀 연속 사상 최고치를 갈아 치웠다. 또 미국 다우존스산업지수, 호주 종합지수, 브라질 종합지수 등도 9일 신기록 경신 대열에 함께 했다.
한국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나라는 세계 주요 43개 증시 중 30개에 이른다. 또 올해 주가 상승률이 10% 이상인 나라도 21개에 달했다.
세계 증시의 강세는 기업 실적을 토대로 한 견고한 경제 성장에 힘입고 있다.
유럽과 일본이 견실한 경제 성장을 하고 있고, 중국은 9%대의 높은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 기업의 올 1분기(1∼3월) 실적도 예상치를 웃돌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올해 실적이 지난해보다 호전될 것이란 전망도 증시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거래소와 증권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가 올 1분기 실적을 발표한 유가증권시장의 79개 상장사의 실적을 분석한 결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8.9% 성장할 것으로 나왔다.
○ “계속 오를 것” vs “잠재 위협 많아”
코스피지수는 지난해 5월 11일 연중 최고치(1,464.70)에 이른 뒤 한 달여 만에 200포인트 이상 급락했다.
반면 올해엔 소폭의 단기 조정을 거치면서 지속적으로 오를 것이란 전망이 일단 우세한 편이다.
지난해 ‘팔자’에 나섰던 외국인들이 4월에만 2조7413억 원을 순매입(매입액에서 매도액을 뺀 것)하고, 고객예탁금이 작년 말 8조4488억 원에서 9일 현재 11조7990억 원으로 늘어나는 등 증시 자금 유입도 활발하다.
굿모닝신한증권 김석중 부사장은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수익률을 높이려는 시도가 있다”며 “주식형 펀드의 투자가 급증하는 등 저축에서 투자로 자산 관리의 패러다임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 등 복병도 적지 않다.
한국증권 김학균 선임 연구원은 “미국의 물가지표가 예상보다 높으면 금리 인상의 우려로 언제든 증시가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기 둔화는 물론 글로벌 증시 상승세의 한 원인인 유동성을 축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재무장관 출신인 로런스 서머스 전 하버드대 총장이 미국 경기의 침체를 예고하면서 대미(對美) 수출 비중이 높은 국가들은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밝히는 등 향후 미국 경기의 향방도 불투명한 점이 적지 않다.
굿모닝신한증권 김중현 연구원은 “급등하고 있는 시중금리와 부동산 침체, 그로 인한 가계부채 부담 등이 국내 경제의 잠재적인 불안 요인”이라며 “조정 없는 상승세란 있을 수 없다”고 했다.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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