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네트웍스 워크아웃 졸업 …그룹 지배구조 변화 예고

  • 입력 2007년 4월 19일 15시 52분


SK그룹이 과거 유산을 사실상 완전히 털고 새롭게 전진하기 위한 전환점을 맞았다.

2003년 2월 분식회계 '쓰나미'가 몰아닥친 이른바 SK 글로벌 사태가 이 회사의 후신인 SK네트웍스의 워크아웃 졸업이 확실시되면서 역사 속으로 묻혀지게 됐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최태원 SK 회장은 최근 워커힐 주식 40.69% 전량을 SK네트웍스에 무상 출연함으로써 경영 정상화를 위한 사재 출연 약속을 늦게나마 이행했고, 그룹 중추회사인 SK㈜는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을 공표하면서 그룹 지배구조에 변화를 예고한 상황이다.

결국 최 회장의 대법원 결심 공판만 빼고는 과거의 악몽은 모두 지우고 새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내부에서 '제3의 창업'이라는, 다소 과장된 비유가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SK네트웍스는 이날 채권단 동의를 얻어 워크아웃에서 벗어날 것이 확실시된다.

주채권은행인 하나은행 관계자는 "각 채권기관이 19일 저녁까지 워크아웃 졸업 동의서를 제출한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힌 상태이며, SK네트웍스 내부에서도 졸업을 확신하는 분위기다.

당초 올해말이 시한이던 졸업이 이처럼 앞당겨진 것은 SK네트웍스가 우량한 경영성적을 내면서 정상화 약정(MOU) 요건을 충족시켰기 때문이다.

실제로 SK네트웍스는 강도높은 구조조정과 비즈니스 활성화를 바탕으로 워크아웃에 들어간 2003년 1021억 원에 불과했던 영업이익을 2004년과 2005년 각각 3537억 원, 3559억 원으로 끌어올린 데 이어 작년에는 사상 최대인 3882억 원까지 올려놨다.

정만원 사장은 최근 주주총회에서 이를 두고 "부끄럽지 않은 성적표"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다양한 사업분야에서 오랜기간 축적해온 구성원들의 역량과 아이디어를 결집하는 한편 끊임없는 변화와 도전을 통해 글로벌 유통ㆍ물류기업으로의 변신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향후 경영방향을 제시했다.

여기에 최 회장이 1200억 원 가량의 워커힐 주식을 출연, 재무구조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주가가 상승세를 타는 등 SK네트웍스는 호기를 맞고 있다.

이에 더해 SK㈜는 곧 이사회 개최 등 절차를 밟아 인적 분할에 따라 나눠지는 지주회사와 사업 자회사의 사명 확정과 경영진 구성 등을 마무리하고 7월부터 그룹을 지주회사 체제로 재편할 예정이다.

현재 이 회사내 투자관리실을 모태로 탄생하는 지주회사 사장에는 투자관리실을 이끌어온 박영호 사장이 선임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신헌철 사장 역시 사업 자회사 사장직을 수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또한 최 회장은 두 회사의 대표이사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와 함께 양사 모두 SK㈜가 지켜온 높은 사외이사 구성비와 이사회 중심의 경영을 표방할 것으로 보인다. SK㈜는 현재 10명의 이사진 가운데 사외이사가 7명이다.

사명은 앞으로 컨설팅 용역 결과와 사내 총의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확정할 계획인데, 현재로서는 가칭으로 소개된 SK홀딩스(지주회사)와 SK에너지 또는 SK에너지화학(사업 자회사)이 무난한 후보로 언급되고 있다.

이들 가칭은 모두 회사의 성격을 드러내는 사명을 사용해야 한다는 규정때문에 SK㈜라는 현 사명을 양사 모두에 쓸 수없기 때문에 거론되는 대안이다. 하지만 이들 가칭에 대해 "어색하다"는 등 부정적인 반응도 적지않아 결론이 주목된다.

이런 가운데 최 회장은 이날 보아오포럼이 열리는 중국 하이난다오(海南島)로 향해 22일까지 현지에 머무르면서 한중 비즈니스 교류와 아시아권역 시장 흐름을 훑어보는 등 글로벌 행보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최 회장은 앞서 연초에 스위스 다포스포럼에 참석한 데 이어 방한한 원자바오 중국 총리를 만나는 등 경영 보폭을 넓혀왔으며, 앞으로도 사업장 방문과 해외출장 등을 통해 글로벌화에 박차를 가한다는 복안이다.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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