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고위급회담 핵심 분야 성과없이 종료

  • 입력 2007년 3월 23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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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과 서울에서 동시에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고위급 협상이 협상 타결의 의지 정도만 확인한 채 뚜렷한 성과 없이 22일(한국 시간) 막을 내렸다.

이에 따라 26일부터 열리는 통상장관급 회담에 모든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회담에서는 미국의 쌀 시장 개방 요구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에서 농업 분야 고위급 협상을 이끈 민동석 농림부 차관보는 22일 정부과천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미국이 통상장관급 회담에서 쌀 개방을 요구하겠다고 통보했다”고 전했다.

○ 고위급 협상 진통

이혜민 외교통상부 한미 FTA 기획단장은 21일(현지 시간) 협상장인 미국 워싱턴 메이플라워호텔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일부 분야는 진전을 이루기도 했지만 이견이 해소되지 않은 분야가 상당수”라고 말했다.

이는 양국이 통상장관급 회담을 염두에 두고 시간 벌기 차원에서 유연성을 보이는 데 소극적이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자동차 농업 섬유 서비스 등 핵심 분야 협상은 평행선을 달렸다.

워싱턴 섬유 분야 고위급 협상에 참가한 이재훈 산업자원부 제2차관은 “미국이 관세 폐지안을 제시했지만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라며 “추가 협상을 통해 더욱 진전시켜야 할 여지가 많다”고 평가했다.

농산물 분야에서도 쇠고기 오렌지 돼지고기 등을 포함해 민감한 품목에 대한 개방안이 합의되지 못했다.

다만 지식재산권 분야 중 미국의 의약품 특허기간 연장 요구는 한국의 제도를 바꾸지 않는 범위에서 허용하기로 의견 접근을 이루는 작은 성과가 있었다.

○ 미, 쌀 개방 압력 협상카드로 쓸 듯

고위급 협상의 결과가 기대치에 못 미쳐 26일부터 서울 용산구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리는 통상장관급 회담의 부담이 커졌다.

우선 미국은 쌀 시장 개방을 ‘지렛대’로 삼아 고위급 협상에서 얻어내지 못한 쇠고기 수입 시장 개방이나 자동차 비관세 장벽 폐지 등을 강하게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쌀은 한국이 ‘딜 브레이커(협상을 깨뜨리는 변수)’로 꼽았을 정도로 민감한 품목이라는 점을 미국이 모를 리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민 차관보는 “미국이 쌀 문제를 제기한다는 의향을 밝힌 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며 “쌀은 협상에서 제외한다는 우리의 의견을 다시 전달했다”고 말했다.

○ 이해의 폭 넓힌 것은 성과

협상의 진척 속도는 더디지만 양국의 협상 타결 의지는 매우 강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 단장은 “이번 고위급 협상은 다음 통상장관급 회담에서 문제 해결 방안에 대한 의견을 양국이 뚜렷하게 다지는 데에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웬디 커틀러 미국 측 협상단 수석대표도 “다음 주 양국이 포괄적이고 높은 수준의 FTA를 체결하기 바란다”고 기대했다.

워싱턴=김유영 기자 abc@donga.com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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