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종식]유럽법인 방문한 현대차 노조원들 뭘…

  • 입력 2007년 3월 23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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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후 2시(현지 시간) 독일 오펜바흐 시(市)에 있는 현대자동차 유럽법인.

취재를 위해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단기 연수차 독일을 방문한 현대차 노조원 30여 명이 눈에 띄었다.

울산공장과 각 지역 판매지부 등에서 온 노조원들은 1주일 일정으로 현대차 유럽법인과 아우디 생산 공장을 견학했다. 이들은 현지 전문가들에게 유럽시장의 상황과 선진 노사관계 등에 대한 특강도 들었다.

연수에 참가한 노조 간부는 “해외 업체들이 공장 불량률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다른 노조원은 “말로만 들었지 해외에서 현대차가 이렇게 힘겹게 싸우고 있는 줄은 미처 몰랐다”고 털어놓았다.

실제로 현대차 유럽법인은 요즘 초비상 상태다. 첫 유럽형 전략차종 ‘i30’의 출시를 기점으로 시장점유율 2%대를 깨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지난해부터 내년까지 유럽에서 3년 동안 마케팅 비용만 1조 원가량을 쏟아 붓는다고 한다. 이를 위해 작년과 올해에는 마케팅을 제외한 예산을 삭감 또는 동결했다. ‘칼 퇴근’으로 유명한 독일인 직원들조차 금요일에 오후 10시까지 일하고 있었다.

현대차 유럽법인 관계자는 “i30이 실패하면 유럽법인은 문을 닫아야 한다”며 비장한 각오를 내비쳤다.

독일에서 만난 한 자동차 전문가는 “다임러크라이슬러와 폴크스바겐 등 세계 초일류 자동차 회사들도 잠깐 방심했다가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며 “현대차가 노사 안정을 통해 생산성 향상에 나서지 않으면 정말 미래가 어둡다”고 경고했다.

현대차는 2002년부터 매년 노조원 500여 명을 뽑아 1주일씩 유럽 연수를 보내고 있다. 그동안 연수에 참여한 2000여 명의 노조원은 세계 자동차 업계의 실상을 생생하게 봤을 것이다. 그런데도 해마다 현대차 노조가 파업을 되풀이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이미 현대차는 잦은 노사분규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신뢰도가 많이 추락한 상황이다. 지금 같은 후진적 노사문화로는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해 세계 일류업체로 성장하기는커녕 몰락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번에 독일에서 만난 노조원들부터 노사 상생에 앞장서 주길 기대해 본다.

이종식 경제부 be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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