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싸라기 집창촌’ 이를 어쩌나…

  • 입력 2007년 3월 7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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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역 앞 평당 1억5000만원 호가 땅 재개발 추진

세입자들 거센 반발… 건설사들도 “뒤처리 고민” 주저

평당 1억5000만 원. 땅값이 제일 높다는 서울 중구나 강남 한복판 얘기가 아니다. 현대식 건물로 새로 지어진 서울 용산역 앞에 있는 허름한 집창촌의 한 평 값이다.

6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재개발이 추진되고 있는 서울 용산구 한강로 용산역 앞 집창촌 가운데 한 동(棟)이 최근 평당 1억4000만 원에 매물로 나왔다가 바로 취소됐다.

소유주가 시세를 확인할 겸 중개업소에 매물을 내놓았다가 사겠다는 사람이 의외로 많이 몰리자 물건을 거둬들인 것이다.

이 때문에 인근 중개업소에서는 집창촌 최고가를 평당 1억5000만 원으로 보고 있다. 서울 재개발구역 중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현재 용산역 집창촌은 총 80개동 1882평. 평당 가격을 평균 1억3000만 원으로 치면 전체 땅값은 2446억6000만 원에 이른다.

슬럼가로 여겨지던 집창촌의 땅값이 이처럼 치솟은 까닭은 이곳이 도시계획상 상업지역에 속해 용적률(대지면적 대비 건물 연면적 비율) 960%를 보장받기 때문.

재개발조합도 6일 시공사 선정을 위한 현장설명회를 열고 집창촌이 포함된 ‘용산역 전면 도시환경정비 2·3구역’ 1만3000여 평에 2011년까지 지상 40층짜리 고층 주상복합아파트 4개 동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아파트는 새로 들어설 건물의 30%를 차지하며 나머지는 대형 쇼핑몰과 사무실로 구성된다.

하지만 사업이 일정대로 진행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천정부지로 뛰어오른 집창촌의 비싼 땅값 때문이다.

현재 집창촌 80개 동 중 건물주가 직접 영업하는 곳은 13개 동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성매매 업주들이 세를 얻어 운영하고 있다.

문제는 재개발이 시작되면 건물주들은 땅값 급등에 따른 막대한 시세 차익을 누리지만 세입자들은 약간의 보상금만 받고 이곳을 떠나야 해 집단 반발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반면 건물주들은 2004년 성매매특별법 이후 월세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마당에 세입자 문제로 공사가 지연되면 자칫 분양시기마저 놓칠 수 있다며 사업을 서두르고 있다.

건설사들도 고민이 많다. 용산 재개발의 핵심 지역인 2·3구역 공사를 수주하면 앞으로 이 일대에서 추가 사업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지만 집창촌 세입자를 원만히 처리하지 못하면 공기(工期)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

현지 부동산 업소 관계자는 “시공사가 건물 철거와 세입자 처리를 떠맡아야 하는데 이를 깔끔하게 처리할 수 있는 업체를 선정하는 게 사업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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