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 ‘세계 생명공학 허브’ 인도 진출 러시

  • 입력 2007년 3월 7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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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장 개방-약값 인하 대비 새 돌파구

대웅제약이 국내 제약사 가운데 처음으로 세계 ‘생명공학 허브’로 급부상하고 있는 인도에 현지 연구소를 설립한다.

국내 제약사들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따른 시장 개방과 정부의 약값 인하 정책 등에 대비해 세계 4위의 제약 대국인 인도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인도가 국내 제약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새로운 돌파구가 될지 제약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 대웅제약 인도 현지 연구소 설립 추진

대웅제약은 지난해 인도의 하이데라바드 시에 사무소를 열고 연구원 2명을 파견해 현지 연구소 설립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6일 확인됐다.

2003년 LG생명과학이 뉴델리에 판매법인을 설립한 적은 있지만 국내 대형 제약사가 인도 현지에 사무소를 열고 연구소 설립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2010년 매출액 1조 원 이상의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하기 위해 인도, 중국, 미국 등에 해외 연구개발(R&D) 기지 구축을 추진 중”이라며 “인도에서 약품 원료 발굴과 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소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일약품을 합병한 CJ㈜도 인도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CJ㈜ 관계자는 “생산라인이나 판매법인보다 현지 연구소 설립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손경식 CJ그룹 회장은 지난해 11월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자격으로 하이데라바드의 제약단지를 방문해 “인도는 정보기술(IT)만큼 제약산업 분야에도 저렴하고 우수한 인력이 풍부하다”며 투자 의사를 내비친 바 있다.

○ “인도 고급 두뇌 모셔라”…현지 인력 채용 붐

국내 제약사들이 인도를 주목하는 이유는 우수한 인적 자원과 제약시장의 성장 가능성 때문이다. 인도를 연구개발 거점으로 삼아 신약(新藥) 개발과 해외 시장 마케팅에 나서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인도 화학비료부에 따르면 인도 제약산업은 금액 기준으로는 세계 13위지만 생산량 기준으로는 세계 4위. 연간 8∼10%씩 성장해 세계 제약산업 성장세(연간 7%)를 뛰어넘었다.

특히 복제약 생산기술이 뛰어나다. 국내 제약업계에서 “신약의 특허가 끝나면 1년도 안 돼 인도에서 제네릭약품(오리지널 신약을 복제한 약품)이 생산된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생명과학 분야의 고급 인력도 풍부하다. 인도에는 300여 개 생명과학 단과대가 있으며 연간 70만 명의 졸업생을 배출하고 있다. 연봉 2만5000달러에 박사급 인력을 채용할 수 있을 정도로 인건비도 저렴하다.

국내 제약사 간 인도 고급 인력 확보 경쟁도 벌어지고 있다. SK케미칼은 올해 인도에서 생명과학 분야의 박사급 인력을 10명 이내로 뽑아 국내로 데려올 계획이다.

SK케미칼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인도 현지에서 박사급 인력 채용을 위한 면접을 하고 있다”며 “새로 뽑은 인도 인력을 신약 개발에 투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외제약도 지난해 인도 출신 박사급 인력 1명을 뽑았다. 이 회사는 인도 출신 우수인력을 채용해 인도시장 진출도 추진할 계획이다.

국내 한 제약업체 관계자는 “인도는 연구개발비가 저렴한 데다 인도 인력의 인맥을 활용한 해외 마케팅도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며 “하지만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신약개발 역량이 떨어진다는 게 단점”이라고 말했다.

박 용 기자 parky@donga.com

:인도 제약산업 현황

△제약회사: 6300여 곳

△의약품 시장 규모: 약 8조 원(생산량 기준 세계 4위, 금액 기준 세계 13위)

△시장: 2010년 인도 의약품 시장 25조 원 예상

△의약품 수출 실적: 3조 원

△의약품 시장 성장률: 연평균 8∼10%

△연구 인력: 세계적인 수준의 연구소 42곳, 300여 개 생명과학 단과대에서 졸업생 70만 명 배출

△특이 사항: 미국식품의약국(FDA) 인가 공장 최다 보유(미국 제외), 원료 의약품 생산량 세계 4위

자료: 인도 화학비료부(2005년), 한국제약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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